[기피시설 갈등 증폭]'사업강행 vs 반발' 악순환···해법은?

기사등록 2017/09/17 05:30:00 최종수정 2017/09/17 12:11:44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울 강서지역 특수학교(가칭 서진학교) 신설을 놓고 서울시교육청과 야당 국회의원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내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피시설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고 해법은 어떻게 도출해야하는지 관계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센터 공동대표에 따르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기피시설 건립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당지역 주민들의 자기결정·인정 욕구를 침해하면 주민들의 분노를 유발하게 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삶과 주위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결정되고 추진되는 경우 누구나 자기결정·인정 욕구가 침해돼 분노를 느끼고 반발하게 된다고 강 공동대표는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가 사업을 강행하려 하면 주민들의 불신과 적대감이 고조되고 대립은 격화된다.

 최근 들어 이같은 기피시설 관련 갈등이 격화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은 시민들의 권익의식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실제로 자신의 주위 환경과 현재 생활여건을 유지하는 것을 중시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적법 절차에 의한 사업이라 해도 부당하다고 여겨지면 즉각 반발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시민들의 권익의식은 강화되고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기피시설 건립 사업 추진 방식은 예전처럼 일방적인 경우가 많다.

 대다수 찬성여론을 앞세워 반대주민들을 압박·고립시키는전술을 구사하거나 추가적인 보상·지원책으로 반대 주민들 혹은 그 대표들을 회유해 내분을 유발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나 지자체는 기피시설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지역이기주의 세력으로 낙인찍거나 '님비(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 현상을 거론해 비난여론을 조성하기도 한다.

 물론 집값 하락을 막거나 보상을 더 받으려고 기피시설 건립 반대운동에 나서는 주민들이 없지 않지만 일률적으로 님비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강영진 공동대표는 "사회 전반적으로는 필요하지만 특정 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의"라며 "시설 입지 등 주요 결정이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로 이뤄져야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조속히 원만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공익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공동대표는 "입지에 따른 피해가 큰 시설일수록 주민대표 등 당사자들의 입지선정과정 참여가 중요하다"며 "쓰레기매립장 같은 대표적 기피시설도 주민대표들이 참여해 입지를 선정하면 해당지역주민들이 큰 반발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상규 한국갈등해결센터 이사는 "기피시설문제를 지역이기주의 프레임에서 논의되지 않도록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며 "지방자치가 제도화돼있는 상황에서 이익 대변자로서의 지자체 역할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주민의 주장을 단순히 이기적 활동으로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우 한국갈등학회 회장은 "2005년 '공공기관의 갈등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2007년 '공공기관의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이 시행됐지만 대통령령이라 (기피시설 갈등을 해결하는 데) 현실적으로 뒷받침이 되지 않고 있다"고 제도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이같은 지적에 서울시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기피시설 갈등에 대응하기 위한 개선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귀남 서울시 갈등관리심의위원장은 "지금까지 발생한 공공갈등의 주된 원인은 시민과의 소통 없이 공무원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밀어붙여 추진하는 것에 있었다"며 "이제까지 정부의 전유물로 인식돼왔던 정책결정·집행권을 시민과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영민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은 "관의 행정행위에 군사문화의 일방통행 방식이 접목돼 갈등이 증폭돼왔다"며 "과거에는 갈등이 생기면 억눌러왔고 국민은 거기에 순종했지만 지금은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기피시설 문제나 장애인 시설 문제는 행정의 권한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함께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서울시와 구청, 지역 여러 단체, 이해관계자가 모여 해결하는 모델을 만들고 이를 확산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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