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전 세계 6개팀에만 허락된 9회 연속 본선행으로 박수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국 축구계의 컨트롤타워격인 대한축구협회가 잇단 악재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9월의 시작은 괜찮았다.
한국은 지난 6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둬 조 2위로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아시아 최초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선수들은 환호했고, 신태용 감독은 모처럼 부담을 덜고 헹가래에 몸을 맡겼다. 본선 진출로 스폰서들을 지켜낸 대한축구협회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축구계 외부의 반응은 무서울 정도로 냉담했다. 대표팀과 축구팬의 온도차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대표팀이 최종예선 내내 답답한 경기력을 선보인 것을 두고 "이 정도 실력이라면 월드컵에 나가지 않는 것이 낫겠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신 감독은 "10월부터는 신태용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거듭 다짐하는 것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야했다.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의 부임설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다시 맡고 싶어한다"는 거스히딩크재단 관계자의 발언은 답답함에 허덕이던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축구협회에는 '당장 히딩크 감독을 데려오라'는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한 축구협회 관계자는 "아마 직원들 대부분이 몇 통 이상씩은 전화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과 김호곤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신태용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어렵게 히딩크 복귀설의 불씨를 잠재웠지만, 이번에는 내부자들의 불투명한 거래들이 축구협회를 저격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4일 축구협회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업무상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2011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를 220여 차례 걸쳐 모두 1억1677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명단에는 조중연 전 회장, 이회택 전 부회장, 김주성 전 사무총장, 황보관 전 기술위원회 위원장 등도 포함됐다. 모두 선수 시절의 명성을 바탕으로 협회 내에서 한 자리씩 차지했던 인물들이다. 명단에는 지금까지 협회에 몸담고 있는 이들도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사법 처리 여부를 지켜본 뒤 해당 직원들의 징계 여부를 검토할 전망이다.
거듭된 악재에 협회의 공기는 월드컵 진출에 막 성공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협회 창립 84주년 기념행사 역시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치러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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