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딜레마'···'청약 로또' 조장 vs 분양가 상승 제한

기사등록 2017/09/07 17:22:25
【성남=뉴시스】고범준 기자 = 국토교통부가 지난 5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가격불안이 계속 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전역(25개 자치구)과 경기 과천-세종시 등 27곳에서 29곳으로 늘어났다.사진은 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부동산 밀집지역 모습. 2017.09.06.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2007년 9월 참여정부 당시에도 시행됐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사실상 10년만에 부활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분양가 하락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오히려 청약 당첨으로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어 청약 '로또' 현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규제 카드를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여줌으로써 건설사와 투기 세력에게 긴장을 줄 수 있고, 분양가 인하로 집값 안정화도 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요건 개선안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8일 입법예고 절차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주택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 중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면서 세 가지 요건에 해당하면 상한제가 적용된다.

 최근 12개월간 해당지역 평균 분양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하는 경우, 분양이 있었던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초과하거나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청약경쟁률이 10대 1을 초과한 지역, 3개월간 주택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한 곳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의 12개 지역이 첫 타깃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 3개월 주택매매가격이 1.5% 올라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0.2%)의 2배를 훌쩍 넘은 상태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4000만원이 넘는 강남 재건축단지는 적용 대상 1순위로 꼽힌다. 강남 재건축의 경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평당 분양가가 3000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07~2014년 민간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을때도 주변 시세에 비해 5~10% 수준으로 분양가격이 책정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쯤 실제 강남권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조합에서 추진하는 일반 분양가에 비해 5%에서 많게는 10%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분양가 상한제로 분양가가 땅값과 건축비 이내로 제한되면서 저렴하게 책정됐지만 결국 아파트 입주 후 가격이 주변 시세를 좇아 껑충 뛰면서 집 값 안정화에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래미안대치청실의 경우 전용 84㎡형이 3.3㎡당 2774만~3539만원으로 책정되면서 10~11억원 선에 분양됐으나 4년만에 70%가 오른 18억5000만원까지 거래됐다.

【성남=뉴시스】고범준 기자 = 국토교통부가 지난 5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가격불안이 계속 되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전역(25개 자치구)과 경기 과천-세종시 등 27곳에서 29곳으로 늘어났다.사진은 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2017.09.06. bjko@newsis.com
최근에도 분양가를 낮춘 단지들에 청약 '로또'를 기대하는 예비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지난 1일 문을 연 신반포 센트럴자이(신반포6차 재건축)의 경우 분양가 3.3㎡당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약 500만원 정도 낮다는 이유로 예비청약자가 2만5000명이나 몰렸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분양가는 떨어지겠지만 청약 경쟁은 더욱 과열 돼 오히려 집값 안정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주요 목적이 집값 안정화인데 분양가상한제 도입의 목적은 좋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는 지 여부는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건설업체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후분양은 분양가상한제에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형건설사들의 경우는 자금조달 능력이 있어 후분양제로 하더라도 시공이 가능하지만, 중소 건설사들은 건물을 먼저 지을 돈을 은행 등으로부터 구하기 힘들어 분양 사업 자체에 참여가 어려워진다.

 실제 GS건설과 현대건설이 맞붙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재건축 조합의 경우도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후분양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심 교수는 "그나마 선분양제의 경우 수분양자들이 분양 받으면서 집값이 올라 이익이라도 얻지만 후분양제는 모든 이득을 건설사들이 가져간다"면서 "분양 수익이 줄면 그만큼 조합원의 분담하는 금액이 커지게 되면서 재건축 단지의 경우 사업 추진 자체가 중단되면서 공급마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내민 것은 그동안 분양가 상한제가 주변 집값을 떨어뜨리진 못했어도 일부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측에서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함으로써 분양가를 더 이상 올리지 말라는 시그널을 강하게 주겠다는 의도가 크다. 또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 등을 통해 분양 단지 주변의 집값도 안정화 되면 청약 로또 현상을 부르는 시세차익 격차도 사라지면서 과열 현상은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외쳤지만 실제로 당장 적용되는 지역은 많지 않거나 거의 없는 '겁주기용 대책'이 될 가능성도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적용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요건 개선 자체로도 주택시장에는 정부의 경고성 시그널이 전달된 상황이라 건설사들 역시 눈치를 볼 것"이라며 "8·2 대책 이후 집값이 조정받고 거래도 줄고 있어 상한제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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