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종원 日와세다대 교수 "北 핵실험, 美 협상 끌어내려 선수친 것"

기사등록 2017/09/04 07:05:30
【도쿄=뉴시스】 조윤영 기자 = 이종원 와세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3일 제6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도널드 트럼트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우왕좌왕하며 대북정책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의미있는 해결법이 나오지 않자, 하루빨리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 북한이 선수를 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소장은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에 "일본이 어떤 국가보다도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며 군사력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아베 정권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강경 일변도로만 나가지 않고 외교적인 방법도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이종원 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북한이 핵실험 강행 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할 수소탄을 성공시켰다고 발표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준 핵실험·미사일 발사 등의 과정을 보면 북한이 ICBM에 장착할 수소탄을 완성시켰다는 이번 발표를 완전한 '기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제5차 핵실험과 비교해도 이번 핵실험은 지진의 강도에서 엄연한 차이가 나며, 미사일 개발에서도 계속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수준을 과소평가한 부분이 있다. 핵실험 후 수소탄의 원리를 도입한 강력한 탄두에 대한 실험에 성공했다는 이번 북한정부의 발표는 조금 과장이 있을 수는 있으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북한이 9월 9일 건국절 전후에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북한이 9월 9일 전후에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북한이 이전에도 기념일과 상관없이 미사일 및 핵실험을 강행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기념일에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 빨랐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 8월 일본 상공을 통과한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몇 차례 더 미사일 발사를 해 미사일 기술을 과시할 것이라 생각했다. 핵실험은 국제적인 파장이 크기 때문에 가장 늦게 내놓을 카드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빨랐다.

▲그렇다면 핵실험 카드를 더 빨리 내놓은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7월 29일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한 후 유엔에서 중국도 참가해 북한 수산물 수출 금지 등 대북제재 수위를 한층 강화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뿐만 아니라 북한 내의 원유 수입 금지 등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가 계속 논의되고 있어, 북한의 입장에서는 기다리면서 지루한 협상을 하는 것보다 선수를 쳐 협상을 더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즉 국면전환을 위해 가장 강력한 카드라고 생각했던 핵실험을 모두의 예상보다 더 빨리 내놓아 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핵실험이 미국에 전하는 메세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잦아진 지난 5월 이후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우와좌왕 하면서 정책에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즉 북한의 입장에서 '의미있는 해결법'이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를 보고 북한이 강하게 밀어붙여 미국이 결정을 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게다가 미·러 관계, 미·중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지금 북한이 미국에 강공을 해도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유효한 대응(치명적인 타격)을 하기가 어렵지 않냐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특히 중국은 10월 당대회를 앞두고 있어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 어렵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화성 12호 발사를 한지 일주일도 안된 시점에 이렇게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제6차 핵실험은 레드라인으로 볼 수 있나?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에 취할 수 있는 군사적 선택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선제 공격'이다. 즉 이전에 이스라엘이 이라크를 공격한 것처럼 북한에 핵실험의 징후가 있을 때 그 시설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미 탄도미사일도 그렇고 이번 핵실험도 막지 못했다. 즉 미국에게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은 무의미해진 것이다.
 그 다음 할 수 있는 군사적 선택은 '예방공격'이다.  그런데 탄도미사일 도발 및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의 반격·보복 능력이 높아졌다는 것이 판명됐기 때문에 미국이 '예방공격'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게 됐다.
 따라서 현재 미국에게 좁은 의미의, 즉 군사적 의미에서의 레드라인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핵실험보다는 지난번 예고했던 괌 포격 계획과 같이 미국 영토 및 미국의 동맹국에 위협적이고 실제적인 공격이 임박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핵실험이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레드라인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및 핵실험과 관련해 일본정부의 앞으로의 움직임을 어떻게 예상하나?

 핵실험에 앞서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 발사가 이뤄져 일본은 사회 전체가 북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따라서 아베 정권의 입장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 및 핵실험은) 지금까지 제약이 가해졌던 군사력 강화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또 한반도가 긴장되면 일본 경제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유엔에서 북한 원유 수출금지 등을 주도하는 등 일본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그 다음 단계에 들어서면 강경일변도로만 나가지 않고 미국과 연계하면서 외교적인 방법을 모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종원 와세다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소장은 누구?
이 소장은 국제정치학자로, 특히 미국의 아시아 정책 및 전후 일본·아시아 관계사를 전공하고 있다. 도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동아시아냉전과 한·미·일관계', '전후일·한관계사' 등이 있다. 현재 와세다대학교대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과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학연구소 소장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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