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공포영화가 약진하고 있다. 2015년 단 한 편도 없었고, 지난해에는 단 두 편에 불과했던 100만명 이상 본 공포영화가 올해 벌써 세 편이다. 5월 개봉한 '겟 아웃'은 200만명 넘게 봤고(213만명), 지난 달 관객을 만난 '애나벨:인형의 주인'도 2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모으는 데 성공했다(191만명). 한국 공포영화 '장산범'(120만명) 또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오는 4일에는 장르 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그것'이 대기 중이다. 이 작품 예고편은 누적 조회수 2억건을 넘길 정도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벌써부터 이 영화를 향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영화팬들이 많다.
8월 중순까지만 해도 올해도 공포영화 흥행작을 찾기 힘들 거라는 게 업계 분위기였다. '겟 아웃'(감독 조던 필레)이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이 성공을 이어갈 작품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름=공포영화' 공식도 깨져 7월부터 8월 1주차까지 개봉한 공포영화는 단 한 편도 없었다.
◇진짜 무서우면 통한다
반전을 만들어낸 건 8월 2주차에 개봉한 '애나벨:인형의 주인'(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이다. 이 작품은 공포영화의 본분을 다해 성공한 경우로 분류된다. 한 마디로 '정말 무섭다'는 거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이 영화에 대한 평가로 '해병대 전역한 사람으로서 생각보다 영화가 안무서웠구요.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자려고 합니다', '보다가 졸았어요. 깨보니까 응급실', '남자끼리도 손 잡고 볼 수 있는 영화', '여러분 팝콘 사들고 가지 마세요. 앞뒤옆에서 알아서 날아옵니다' 등 영화가 선사한 공포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영화는 이런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했다.
'공포영화계의 천재'로 불리는 제임스 완 감독이 제작하고, '라이트 아웃'(2016)(지난해 100만명 이상 본 공포영화 두 편 중 하나)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데이비드 F 샌드버그 감독의 재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틀에 박힌 소재에서 벗어나다
'애나벨:'인형의 주인'의 바통을 이어받은 작품은 한국 공포영화 '장산범'(감독 허정)이다.
국내 공포영화는 오랜 기간 침체기를 겪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로 '여자 귀신'을 소재로 삼는 등 뻔한 설정이 꼽혀왔다. '장산범'은 관객을 무작정 깜짝 놀래키는 연출 대신 일상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활용한 공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내 호평 받았다. 또 모성애를 주제로 공포영화에 감성을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는 평도 있다.
'장산범'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성과를 낸 작품이다. 여배우(염정아)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올해 국내 개봉 영화 흥행 순위 50위 안에 여주인공을 내세운 국내 작품은 '장산범'을 제외하고 '악녀'(120만명)가 유일하다(외국영화 '원더우먼 216만명, '컨택트' 63만명).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제인 도'(감독 안드레 외브레달)도 공포영화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시체 부검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데, 소재가 풍기는 느낌과는 다르게 잔인한 장면 하나 없이 신원미상의 시체들과 밀폐된 공간이 주는 두려움으로 신선한 공포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월에도 이어지는 공포
7일 개봉을 앞둔 '그것'(감독 안드레스 무시에티)은 살인·실종사건이 유독 많이 생기는 한 마을이 배경이다.
비오는 날 종이배를 들고 나갔다가 사라진 동생을 찾기 위해 형과 친구들이 힘을 모으고, 27년마다 아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나타난다는 그것이 빨간 풍선을 든 삐에로의 모습으로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먼저 공개된 해외에서는 "인생 공포영화" "무서워서 혼났다" 등의 호평이 쏟아졌다.
'그것'은 이달 초 흥행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품으로 꼽힌다. 먼저 한국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외에는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다는 게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건 공포도 공포지만 뛰어난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앞서 '겟 아웃'이 공포와 코미디, 인종차별을 장르물에 담는 데 성공했던 것처럼 공포영화에 성장드라마를 곁들인 이 작품이 어떤 영화적 체험을 선사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밖에 ‘사탄의 인형’ 시리즈(1988~)의 일곱 번째 작품 ‘컬트 오브 처키’(돈 만치니 감독) 등 이 하반기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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