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자 딸은 '방과후학교' 아들은 '급식납품'···S고의 막장 비리

기사등록 2017/08/29 11:30:00 최종수정 2017/08/29 15:25:44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서울의 한 예술계 사립고등학교가 설립자이자 학교장의 딸에겐 방과후학교를 맡기고 아들로부터는 급식재료를 납품받는 등 1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장은 학생들이 낸 수업료로 고급승용차를 구입하고도 예산이 부족하다며 교직원들의 인건비는 지급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0일부터 9일간 관악구 소재 S고와 학교법인 H학원에 대한 종합감사를 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시교육청은 학교장 김모(여)씨와 방과후총괄팀장을 맡은 차녀 이모씨, H학원 Y유치원 행정실장이자 영농조합 대표인 장남 이모씨, S고 행정실장 등 4명 등에 대해선 파면·해임·계약해지 등 중징계를 재단에 요구하고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가족관계를 이용해 부당하게 이득을 챙긴 H학원 이사이자 학교장의 남편과 이처럼 예산을 부당하게 관리한 H학원 이사장이자 학교장의 오빠 등 2명에 대해선 재단 측에 임원취임 승인 취소를 요청했다.

 이번 종합감사에선 ▲방과후학교 회계업무 부당 처리 ▲가족관계를 이용한 부당 거래 ▲예산낭비 등 학교 회계 부당 운영 ▲학교 공사 부당 계약 ▲기타 유치원 운영비 부정 지급 등 총 16건의 비위 사실이 지적됐다.

 S고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학교장 차녀인 이모씨가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업체와 방과후학교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총 14억원의 대금을 지급했다. 직계 존·비속 및 배우자 등과 영리목적의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한 방과후학교 운영 지침을 어긴 것이다.

 여기에 위탁업체 대표 신분인 차녀 이모씨는 학교 신용카드로 백화점과 집 주변 식당 등에서 5176만4000원을 부당사용하고 방과후강사료 4285만8000원을 부당하게 편취했다. 학부모로부터 받은 방과후학교 수강료와 실기지도비를 집행하고 남은 잔액 3억614만8000원은 학부모에게 돌려주지 않고 학교회계에 편입시켰다.
【서울=뉴시스】서울시교육청 S고 종합감사 결과. 2017.08.29. (표 = 서울시교육청 제공) photo@newsis.com


 가족관계를 이용한 내부거래는 학교 밖에서도 이어졌다.

 학교장 장남 이모씨는 강원도 영월에서 영농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이씨는 여기서 배추를 재배하고 김치는 바로 옆의 H학원 재산인 교육원에서 담근 뒤 이를 학교에 다시 납품하는 방법으로 이득을 챙겼다. S고는 2013년 3월엔 시중에서 5000원 정도 하는 달걀 한 판을 3배 비싼 1만5000원에 이 영농업체로부터 사들이고 514만5000원을 냈다.

 학교급식법상 김치는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을 적용하는 업소'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해야 하며, 시교육청은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계약 때도 직계 존·비속 및 배우자 등의 업체와는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씨가 운영하는 영농업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안전관리인증(해썹·HACCP)을 받지 못했으며 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 자격조차 없다.

 장남 이모씨는 H학원 Y유치원 행정실장도 맡고 있다. 이씨는 S고 학교장과 유치원 원장을 겸하고 있는 어머니 김모씨와 매월 '기본운영비' 명목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500만원씩(학교장 300만원·행정실장 200만원) 총 2억원을 부당 수령했다.

 학교장 남편인 H학원 이사 이모씨는 출판사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S고는 이 출판사 건물 지하에 폐자재와 도서 등을 쌓아놓고 학교사료관이라는 명목으로 임차료(1억545만원)를 지급하는가 하면 출판사 옥상 방수공사비까지 총 1억3359만8000원을 부당 지급했다.

 S고는 부당 거래는 물론 장남과 남편의 업체에 학교법인 교직원을 파견해 회사 업무를 지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S고는 교육감이 지정하는 자율학교로 자율형사립고처럼 등록금을 일반고의 3배까지 받을 수 있어 매년 30억원 이상의 학교회계 예산을 보유 중이다. 학교장은 수업료인 학교예산에서 1억원 넘는 돈을 고급승용차 에쿠스 구입에 썼다. 학교법인 명의로 구입하고도 출퇴근 등 개인 목적으로 사용했다.

 개인차량을 구입하는데 1억원을 넘게 쓰고도 교직원 인건비 5939만5000원은 학교예산이 부족하다며 지급하지 않았다. 명절휴가비와 연차수당 등 인건비조차 지급하지 않거나 감액 지급하는 식으로 주지 않았다.

 S고의 학교공사는 부당한 '쪼개기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사환경개선공사비 9억9000만원과 화장실 조성공사비 1억4800만원 등 11억3000만원의 단일공사를 집행하면서 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선택했다. 교사환경개선공사는 77개 업체와 화장실 조성공사는 16개 업체로 나눈 뒤 무면허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간리비와 보험료 등을 과다 계산해 3288만7000원을 부당 지급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상 전문공사의 경우 수의계약은 추정가격이 1억원 이하인 공사 때만 가능한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시교육청은 방과후학교 수강료 및 실기지도비 집행 잔액 3억614만8000원 등을 포함해 부당하게 집행한 예산 10억7721만7000원을 회수하기로 했다.

 S고는 2001년 종합감사 때도 법인회계 부당 집행과 수입용 기본재산 타용도 사용, 시설공사 부적정 집행, 실기지도비 부당집행 등 총 9건의 지적사항이 발견돼 5명이 경고를 받고 5명은 주의 처분이 내려졌다. 1999년에는 부분감사 결과 실기지도비를 과다 징수해 12억8900만원의 보전 조치 처분을 받았으나 1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2억원가량은 이행하지 않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S고는 1999년 3월1일 자율고등학교로 지정된 이후 2019년 2월28일까지 재지정된 상태"라며 "재지정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는 상황에서 이번 종합감사 결과를 관련 부서에 통보하면 해당 부서에서 철회나 재지정 문제를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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