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구 성매매집결지 자갈마당 CCTV 본격 운영에 "업주들 한숨만···"

기사등록 2017/08/17 06:01:07
【대구=뉴시스】민경석 기자 = 대구시 중구가 대구지역 유명 성매매 집결지(집창촌)인 자갈마당 주변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 4대가 지난 16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총 500여m 길이의 자갈마당의 골목 곳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2017.08.17. 0803mks@newsis.com
【대구=뉴시스】민경석 이통원 기자 = "대책은 없으면서 무조건 나가라고만 하더니 결국 폐쇄회로(CC)TV까지 작동하네요. 삶의 터전을 잃은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구시 중구가 대구지역 유명 성매매 집결지(집창촌) 주변에 설치된 CCTV 4대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지난 16일 오후 11시께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을 찾았다.

대구 중구 도원동 1만4483㎡에 들어선 자갈마당은 1908년 일본인들이 일본식 유곽을 조성한 것이 시초가 됐다.

2003년까지만 해도 67곳에 350여 명의 성매매 여성이 종사했다. 한때는 서울 청량리, 부산 완월동과 함께 국내 최대 집창촌으로 꼽혔다.

그러나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매년 위축돼 지금은 31곳에서 150명의 성매매 여성이 종사하고 있다.

총 500여m 길이의 자갈마당의 골목 곳곳은 과거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겨 차라리 고요하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호객행위에 여념이 없던 업주들은 이곳을 찾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자 의자에 앉은 채 한숨과 함께 연신 담배만 피웠다.

자신을 업주라고 소개한 60대 남성은 "자갈마당을 폐쇄한다는 대구시와 중구청의 결정 때문에 총 64곳의 업소에서 이제는 31개의 업소만 남았다"며 "하지만 CCTV가 설치되고 경찰 단속이 잦아지면서 문을 여는 가게는 10여 곳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업주인 50대 여성은 "우리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는 대구시민이다. 하지만 대구시와 중구청은 우리를 시민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 주지 않은 채 무조건 나가라고 몰아세우기만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구시 중구는 지난 8일 자갈마당 진출입로 일대에 최대 광학 30배 줌인 기능과 안개보정 기능등이 탑재된 방범용 CCTV 4대를 설치했다.

【대구=뉴시스】민경석 기자 = 대구시 중구가 대구지역 유명 성매매 집결지(집창촌)인 자갈마당 주변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 4대가 지난 16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2017.08.17. 0803mks@newsis.com
진출입로의 CCTV 설치장소는 태평로 2곳(태평로 46-1, 52)과 도원아파트(태평로 60-16), 수창 제2공원(달성로 26길 25 맞은편) 등이다.

24시간 작동되는 CCTV는 달성공원 방면의 차도를 제외한 자갈마당 주변을 둘러싼 형태로 설치됐다.

중구는 CCTV 설치를 통해 자갈마당을 찾는 성구매자들에게 성매매가 위법사항임을 인식시키고 범죄발생시 수사에 활용할 방침이다.

또한 중구는 CCTV를 통해 성구매자들의 출입을 감시해 자갈마당 업주들이 스스로 문을 닫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자갈마당 업주들과 일부 성매매여성들은 인권침해와 생존권을 내세우며 대구시와 중구에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자갈마당 업주 등은 대구시와 중구청이 생존권 등을 마련해 주지 않은 채 퇴거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50대 업주는 "자갈마당은 앞으로 5년에서 7년이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부분이다"며 "젊은 아가씨들은 이제 이런 곳에서 일하지 않는다. 안마시술소나 오피스텔 등 신종 성매매업소나 해외원정 성매매업소로 빠져 나간다"고 설명했다.

또 "대구시와 중구가 시간을 두고 우리와 대화를 통해 서로 잘 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무조건 없애는 쪽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아가씨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은 아무것도 마련해 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잦은 단속도 자갈마당 죽이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대구=뉴시스】민경석 기자 = 대구시 중구가 대구지역 유명 성매매 집결지(집창촌)인 자갈마당 주변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 4대가 지난 16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총 500여m 길이의 자갈마당의 골목 곳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2017.08.17. 0803mks@newsis.com
과거 일주일에 1번 꼴로 돌아다니던 순찰차가 하루에도 몇 번씩 골목을 돌아다녀 그나마 있던 손님들의 발길마저 뚝 끊기게 했기 때문이다.

성매매 여성인 A(35·여)씨는 "이곳은 갈 곳이 없는 성매매 여성이 택하는 마지막 길"이라며 "방금 전에도 순찰차가 골목을 한번 돌고 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에는 아예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이 없으니 당연히 아가씨들은 이곳을 떠날 수 밖에 없다"며 "이곳을 떠난 아가씨들은 어디에선가 이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아직 자갈마당을 떠나지 못한 성매매 여성들은 투명한 유리 앞 의자에 앉아 지루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우거나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는게 전부였다.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게 지친 듯 빠른 비트의 음악을 틀어놓고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손님이 오지 않는 업소에는 빈 의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유리문 사이로 얼굴을 내민 한 여성은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서 공부할 기회도 없었던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이곳까지 떠밀려 왔다"며 "하지만 이제는 이 짓(?)도 못하게 됐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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