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은 '동물 학대 종합세트'로 구시대 잔재"
업주들 반발···시위자들에 항의, 물리력 행사도
손님들 "업주 책임도 아닌데 영업방해···역효과"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개 식용은 이제 그만! 보신탕은 그만 먹읍시다." "내 가게 앞에서 뭣들 하는 거야." "저희들도 신고하고 하는 집회입니다." "이 XX들이 OO하고 있어. 니들이 그렇게 해도 손님들 꽉 찼다. 배 아프지?"
말복인 11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서초동 보신탕 가게 앞. 동물보호단체 관계자와 보신탕 가게 업주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동물보호단체의 개고기 반대 시위를 놓고서다.
업주는 '영업방해'라며 경찰에 민원을 제기했고 동물보호단체는 집회·시위의 자유가 있다며 맞섰다. 양측의 입장은 팽팽했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혹시 충돌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상황을 주시했다. 차 한대 지나갈 정도로 좁은 골목길은 동물단체측과 행인, 손님들로 뒤엉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카라(KARA) 등 동물보호단체 소속 30여명은 이날 서초동 법조타운 주변의 몇몇 보신탕집이 있는 골목에서 '고통없는 복날' 캠페인을 열고 손님들에게 채식버거와 복숭아를 나눠줬다.
복숭아는 예부터 신선이 즐겨 먹는 불로장생 과일로 불리웠다. 버거 안에는 새송이버섯, 양파 등으로 만든 순식물성 패티가 들어 있었다. 소스 역시 달걀을 쓰지 않고 두유 등을 재료로 한 비건 마요네즈를 사용했다.
이들은 '개고기 반대', '사람에게 가족이 되어주는 개, 꼭 먹어야 할까요', '당신의 식탁은 윤리적인가요'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펼쳤다. 한 피켓에는 '개들에게 먹이는 짬밥'이라는 글귀와 함께 음식물 쓰레기 사진이 붙어있기도 했다.
이들은 "개 식용은 지옥 같은 사육환경, 잔인한 도살 등으로 '동물 학대의 종합세트'라 불릴만한 구시대의 잔재"라면서 "육류 섭취가 지극히 제한적인 시대의 풍습일 뿐이며 이제 변화된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복날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보신탕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동물보호법은 물론 폐기물관리법, 식품위생법, 축산물위생관리법 등 여러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건강한 복날 음식문화 만들기에 법조인들이 앞장서 줄 것을 호소한다"고 서초동에서 캠페인을 연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대목 날' 훼방꾼을 만난 것이나 다름없는 보신탕 가게 주인들은 발끈했다. 한 보신탕집 사장은 간판을 청소하는 척하며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에게 물을 뿌리려고 했다. 다른 보신탕집 업주는 자신의 차로 시위자들을 가게 앞에서 몰아내기도 했다. 한 가게 업주는 "프랑스에는 산 거위의 간을 먹는 풍습까지 있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가급적 업주들과 직접 마찰을 피하며 대응을 자제하려고 했다. 이들은 인근 가게 앞에서 캠페인을 이어갔고 보신탕집 손님들에게 주려던 복숭아 등은 행인들에게 건네지기도 했다. 일부 손님은 개고기의 식용화 과정을 설명하는 팸플릿을 내던지기도 했다.
보신탕 가게 손님들은 불쾌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김길호(39)씨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다른 육류와) 다 똑같지 않냐"며 단체가 나눠준 채식버거에 대해선 "끼니가 안 된다. 간식 삼아 먹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김성환(50)씨는 "조상들은 보양식이라고 먹어왔는데 애완견 문화가 확산됐다고 (개 식용이) 혐오 수준이 된 것 같다"며 "업주 책임도 아닌데 여기서 시위를 하는 건 영업 방해 아니냐. 도축 과정을 엄격하게 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정모(26·여)씨도 "도축 과정의 문제를 떠나서 개를 먹는 건 반대"라면서도 "이렇게 가게 앞에 있는 건 업주와 싸우겠다는 태도다. 나는 캠페인 내용을 옹호하는데도 업주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먹는 사람을 비인간적이라고 몰아가는 방식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물보호단체는 오후 1시께 캠페인을 마치고 서초역까지 행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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