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혜경 기자 = 제 3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3번째 내각이 3일 공식 발족했다.
잇단 사학스캔들 여파로 지지율이 급락해 위기에 몰린 아베 총리는 인적쇄신을 통한 분위기 반전을 위해 이날 개각을 단행했다.
이번 개각에서는 각료 19명 가운데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상 및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5명이 유임됐으며, 첫 입각자는 6명, 각료 경험자는 8명이다.
이번 인사는 기존 각료를 등용해 안정감을 중시한 것이 특징인 가운데 아베 총리에게 비판적이었던 인물을 기용하고, 자신의 출신 파벌인 호소다(細田)파 소속 의원의 기용을 자중하며 다양한 파벌 의원들을 기용해 거당체제를 구축하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아베 정권의 지지율이 최근 26%(마이니치신문 조사)까지 곤두박질친 것은 아베 총리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잇단 사학스캔들에 시종일관 부인하며 발뺌한데 따른 총리에 대한 불신감이 원인으로, 개각을 통한 지지율 만회 효과는 미지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은 이번 인사의 핵심은 외무상과 총무상이라고 평가했다.
외무상에는 고노 다로(河野太郞·54) 전 행정개혁담당상이 기용됐는데, 그는 지난 1993년 일본군 위안부과 관련해 일본군의 관여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발표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아들이다.
닛케이는 고노 다로를 외무상에 기용한 것은 일본 정부가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총무상에는 여성인 노다 세이코(野田聖子·56) 전 자민당 총무회장을 발탁했다. 노다는 2015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아베 총리의 대항마로 출마를 모색하고,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비판적 입장을 내보이며 정권과 거리를 뒀던 인물이다. 닛케이는 아베 총리가 노다를 각료에 기용한 것은 포용력 및 거당체제를 구축하는 모습을 어필하려는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여성 각료는 노다 총무상과 법무상에 재기용된 가미가와 요코(上川陽子·64) 두 사람으로, 전회 개각 때보다 여성 각료는 1명 줄었다. 가미가와는 제 2차, 3차 아베 내각에서 법무상을 지낸 바 있다.
자위대 문서 은폐 논란으로 지난달 사임한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전 방위상의 후임에는 대북 대응 등에 있어서 선제타격을 의미하는 '적기지공격능력' 강화를 주장해온 강경파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57) 전 방위상이 재기용됐다.
또 이번 개각에 관심이 집중된 문부과학상(문부상)에는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56) 전 농림수산상이 발탁됐다. 문부성은 올들어 퇴직자의 낙하산 취업 알선 문제 및 아베 총리의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특혜 의혹과 관련한 사학스캔들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번 개각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61) 1억 총활약상은 자리를 옮겨 후생노동상에,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61) 자민당 정조회장은 경제재정재생상에 기용돼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림픽상은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64) 전 환경상이 맡기로 했다.
이번 개각에서는 아베 정권의 골격이라 할 수 있는 아소 부총리 겸 재무상 및 스가 관방장관을 유임하는 등 총 5명이 연임됐다. 아베 총리가 중시하는 러시아 경제분야 협력 담당상을 겸임하는 세코 히로시게 (世耕弘成 54) 경제산업상, 요시노 마사요시(吉野正芳·68)은 부흥상,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이시이 케이치(石井啓一 59) 국토교통상이 연임한다.
또 처음으로 각료에 발탁된 인물은 총 6명으로, 환경상에 나카가와 마사하루(中川雅治·70) 참의원 부회장이, 오키나와(沖縄)·북방영토 담당상에 에사키 데쓰마(江崎鉄磨·73) 전 국토교통성 부(副)장관이 임명됐다.
이에 더해 국가공안위원장에 오코노기 하치로(小此木八郎·52)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 대리, 지방생성상에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61) 전 국교 부(副)대신, 농림수산상에 사이토 겐(斎藤健·58) 농림수산 부(副)대신, 1억총활약사에 마쓰야마 마사지(松山政司·58) 참의원 국회대책위원장에 기용돼 처음으로 입각하게 됐다.
개각과 함께 자민당의 핵심 보직인 당4역(간사장, 총무회장, 정조회장, 선대위원장) 등 자민당 임원 인사도 이뤄졌다.
우선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78) 간사장은 자리를 지킨다. 총무회장에는 다케시타 와타루(竹下亘国·70) 국회대책위원장이 기용됐다.
또 지난 2012년 12월 출범한 아베 2차 내각 이후 지금까지 외무상을 지낸 기시다는 당 정조회장을 맡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기시다가 외무상을 유임하기를 바랐으나 기시다 본인이 정조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외무상은 유력한 '포스트 아베' 주자로, 정조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준비하려는 목적이라는 평가다. 기시다는 장관직을 내려놓지만 이번 개각에서는 기시다파 소속 의원들 4명이 발탁됐기 때문에 기시다는 내각에서도 존재감을 높일 것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망했다.
당 선대위원장에는 시오노야 류(塩谷立·67) 전 문부상을 기용했다.
제3차 아베 내각의 3번째 내각 인선을 마무리한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자민당 임시 총무회에서 "정권을 탈환한 2012년 초심으로 돌아가, 일치단결해 전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베 내각과 자민당에 국민의 엄격한 시선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면서 "반성해야 할 것은 반성하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결과를 남김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거두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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