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외유성 국외 연수' 막을 심사위 있으나마나···언제나 'OK' 왜?

기사등록 2017/07/23 13:40:04 최종수정 2017/07/23 19:29:44
【수원=뉴시스】경기도의회 청사 전경.2017.07.23.(뉴시스 자료 사진) <a href="mailto:photo@newsis.com">photo@newsis.com</a>
경기도의회 국외 연수 심사위 무력···단 한 건도 '불승인' 없어
심의 전 예약으로 'No'하면 혈세 위약금 부담

【수원=뉴시스】이승호 기자 = '물난리 속 외유'로 충북도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는 가운데 외유성 공무국외활동(국외 연수)을 막을 유일한 제도적 기구인 경기도의회 국외 연수 심사위원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국외 연수의 타당성과 적합성을 따져 승인 여부를 정할 권한이 심사위에 있지만, 이들이 '올(All) 승인'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23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도의회는 '경기도의회 의원 공무국외활동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도의원 3명, 도내 대학교수 2명, 시민·사회단체 등 추천 인사 2명, 공모 통한 도민 2명 등 9명으로 국외연수 심사위원회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도의원들이 국외 연수 계획서를 제출하면 10일 안에 회의를 열어 ▲연수 목적과 연수 국가·방문기관의 적절성 ▲연수 인원과 참가자 구성 적합성 ▲경비 적정성 ▲연수 경위와 관계 기관 사전협의 여부 등을 심사해 승인 여부를 정한다.

 '외유성 국외 연수'를 막기 위해 도입한 기구이지만 심사위가 이제껏 도의원들이 낸 국외 연수 계획에 제동을 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심사위는 지난해 12차례, 올해 9차례 등 모두 21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결과는 '승인'뿐이었다. 연수 일정이 아무리 부적절해도 이들의 결정은 같았다.   

 한 심사위원은 "연수 목적과 구성원, 경비 등을 꼼꼼히 따진다. 목적부터 경비 산정이 모두 하자인 경우도 있다"면서도 "심사위로 계획서가 넘어오기 전에 이미 비행기와 숙박, 식당 등이 예약돼, 승인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도의회가 진행한 지난해와 올해 국외 연수를 보면 모두 심사위 회의 전에 예약이 이뤄졌다. 

  심사위는 지난달 19일 회의에서 농정해양위원회의 스페인·포르투갈 연수를 심의했지만, 이 상임위는 이미 보름 전인 같은 달 5일 모든 예약을 마쳤다.

 도시환경위원회의 멕시코·페루·브라질연수와 보건복지위원회의 네덜란드·노르웨이·벨기에·룩셈부르크·독일 연수 등도 5월11일 심사위가 열리기 전인 4월 말 예약이 끝났다. 심사위가 열리기 3개월 전에 이미 예약을 한 친선연맹도 있었다.

【청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23일 수해 중 유럽 연수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한 충북도의회 김학철 의원과 박한범 의원(왼쪽부터)이 충북도청 대회의실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앞서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2017.07.23.   bclee@newsis.com

 예약을 마친 상태에서 심사위가 불승인하면 이에 따른 모든 위약금(수수료)을 혈세로 물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승인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심사위 위원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해 초 본예산 불성립(준예산) 당시 도의회가 잇달아 국외 연수를 취소하면서 위약금 사태가 일어난 적도 있다.
 
 당시 상임위와 친선연맹이 6개 연수 일정을 모두 취소했는데, 농정해양위는 일정 취소로 위약금 1200만 원을 물어야 했고 문화체육관광위는 740만 원, 건설교통위는 580만 원을 냈다.  
 
 그 액수만 3700만 원에 달한다.

 국외 출장자의 항공·호텔 등 예약 취소로 발생하는 위약금은 '공무원 보수 업무 지침'에 따라 출장자가 내야 하지만, 지난해 준예산이나 심사위의 불승인 경우는 이 지침에 '공무 형편상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해 모두 혈세로 지급해야 한다.

 국외 연수 계획이 부적절해도 심사위가 승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사전 예약 때문에 심사위 기능이 무력화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외연수가 상대 국가의 사정과도 관련성이 있는데다가 비행기 좌석과 숙박 등의 여건 변화도 워낙 심해 사전 예약이 반드시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도의회가 '외유성 연수'를 차단한다며 민간이 참여하는 심사위를 설치하고 그 기능과 역할을 규정한 조례를 제정한 것까지는 좋은 데 정작 심사위의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사전 예약 규정은 따로 없다"며 "여러 현실적인 문제를 반영한 정밀한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ayoo200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