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샤오보 아내 류샤, 당국에 의해 '강제 여행'

기사등록 2017/07/19 00:18:16
【워싱턴=AP/뉴시스】미국 정부가 중국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의 석방을 촉구한 가운데 중국이 "미국은 타국의 재판관을 자처하지 말라"고 반박하면서 비난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 24일 특별성명을 통해 "류샤오보가 정권정복 기도 죄로 수감된 지 오늘로 꼭 5년이 됐다"면서 "중국 정부가 아직 류샤오보를 구금하고 그의 부인인 류샤(劉霞)를 가택연금하고 있는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2월17일 AP 자료사진으로, 수감 중인 류샤오보가 인형을 어깨에 대고 있는 모습. 2014.12.26
"작은 새우야" 류샤오보, 아내를 위한 마지막 편지 ‘감동’

【서울=뉴시스】문예성 기자 = 최근 사망한 중국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劉曉波)의 아내가 당국에 의해 ‘강제 여행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대만 자유시보는 류샤가 당국에 의해 윈난성에서 강제 여행 중이며, ‘중국판 삼우제’인 '터우치(頭7 사망 후 7일째 망자를 기리는 것)‘가 지난 이후 베이징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류샤오보가 지난 17일에 별세했기 때문에 터우치는 19일이다.

 류샤오보 별세 이후 류샤는 물론 가까운 친척들도 당국의 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강제 여행 조치는 중국 당국이 민감한 시기에 외국 언론 등이 주목하는 반체제 인사를 감시와 통제 속에서 다른 지역에 보내는 것을 의미하고, 당국이 자주 사용해 온 조치로 알려졌다.

 아울러 홍콩에 본부를 둔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는 류샤가 애초 남편의 해장(海葬)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옥중 유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류샤오보가 남겨진 아내 류샤에 쓴 마지막 편지가 공개돼 감동을 전하고 있다.

 류샤오보는 죽기 전 남겨진 아내를 위해 출국을 간절히 원했고 아내 류샤의 사진집 '류샤오보와 동행' 서문을 위해 세상을 떠나기 8일 전인 지난 5일 혼신의 힘을 들여 쓴 이 글은 아내에 바치는 류샤오보의 마지막 편지가 됐다.

 류샤오보가 숨졌을 때, 전 세계 언론의 제목을 장식했던 '사랑은 얼음처럼 강렬하다'는 유명한 시구가 바로 이 편지에 나오는 구절이다.  다음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편지의 요약본.
지난 13일 사망한 중국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권운동가인 류샤오보(劉曉波)가 아내 류샤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가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아내가 류샤의 친구로 출판사 편집자인 G씨는 최근 류샤오보가 병상에서 작성한 류샤의 사진집 '류샤오보와 동행하는 방법'의 서문 원고 사진을 넘겨받았다면서 언론을 통해 이를 공개했다.

 "아마도 내 칭찬은 쉽게 용서받을 수 없는 독이 되겠지.

어둑한 조명 아래서 당신은 내게 형편없는 첫 컴퓨터를 주었어. 펜티엄 586이었을 거야.

그 허름한 방에서 우리들의 사랑을 담은 눈길이 그곳을 너무 비좁게 했지.

 내가 당신을 '아기 새우(류샤오보는 아내 샤(霞)의 중국어 동음어 '蝦(새우)'를 애칭으로 사용했다)'라고 불렀던 시를 읽었을 거야.

당신은 내게 죽을 끓여주고 전세계에서 가장 간절한 찬가를 360초 안에 써달라고 부탁했지.

 어둑한 조명, 허름한 방, 벗겨진 차 테이블, 그리고 아기 새우의 불합리한 요구. 그것들은 별과 돌처럼 완벽한 조화로 내게 다가왔어.

 그 이후 찬가는 내게 소명과 같았어. 북극곰이 망망한 눈밭에서 동면하는 본능과 같은 것이 됐지

 작은 새우의 시는 얼음과 어두움의 합치였고, 그의 사진 속 흑백과 마찬가지였어.

 광기는 고통의 평온함을 직면해 있고 흉부가 완전히 열린채 연기를 마주한 절망적인 어린이들, 검은 옷을 걸친 광대는 예수의 부활을 목격한 과부 혹은 맥베스의 마녀에게서 영감을 받았을까?

둘 다 아니야.

작은 새우가 지닌 창의성의 독특한 황무지에서 뻗어나 온 가지같고 흐릿한 지평선 위에 드러난 먼지 쌓인 백합화 같은 것이지.

 내가 이제와 가장 후회하는 것은 당신을 위한 전시회를 열어주지 못한 것.  사랑은 얼음처럼 날카롭고 어둠처럼 아득한 것. 내 저속한 칭찬은 당신의 시와 그림 사진에 대한 신성모독일 거야.

 나를 용서해. G.  G: 며칠이 지나서야 난 이 숙제를 마칠 힘이 생겼어."

 sophis73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