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의 더블데이트] 국립무용단 이의영·장윤나···리진 vs 도화

기사등록 2017/06/18 10:51:28 최종수정 2017/11/14 11:25:43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국립무용단의 신작 '리진'의 무용수 장윤나(왼쪽)와 이의영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6.18.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몸짓 언어로 객석과 감정이 통하는 걸 느낄 때 카타르시스가 와요. 덕분에 힘을 내고요."(이의영)

"무용극은 인물의 감정선을 느낄 수 있어요. '슬프다' '아프다' '기쁘다' 그리고 제가 연기하는 '도하' 같은 캐릭터는 욕망에 대해서요. 다른 예술에 비해 무용이 어렵게 느껴지는데 감성과 감정을 느끼시다 보면 쉽게 다가오실 수 있을 거 같아요."(장윤나)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김상덕)이 오는 28일부터 장충동 해오름극장에서 신작 무용극 '리진'을 선보인다.

국립무용단이 '그대, 논개여'(2012)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무용극이다. 국립극장 2016~2017 시즌 레퍼토리의 마지막 작품이자 지난해 10월 임명된 김상덕 예술감독의 첫 안무작으로 눈길을 끈다.

1962년 창단 당시부터 한국 무용극의 태동과 발전을 이끌어온 국립무용단은 이번 신작을 통해 무용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궁중무용수를 다루는 이 무용극에서 순수한 사랑을 믿는 타이틀롤 리진 그리고 리진과 달리 자신의 욕망을 위해 우정을 저버리는 차가운 궁중무희 도화를 연기하는 이의영(34)과 장윤나(35)의 포부가 남다른 이유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이의영은 "무용극은 연기적인 것을 비롯해 세세한 부분을 채워넣어야 한다"고 했다. 하얀 피부가 순수한 리진을 떠올리게 하는 그녀는 "리진을 처음부터 상상해서 만들어가기 보다 연습을 통해서 제 안에 쌓인 결과물로 표현해나가는 이유"라고 말했다.

시원스런 외모와 똑 부러진 말투가 팜 파탈 도화를 빼닮은 장윤나는 "요즘 퓨전 사극도 많이 하는데 무용극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신파적이지 않고 세련됐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국립무용단의 신작 '리진'의 무용수 장윤나(왼쪽)와 이의영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6.18. stoweon@newsis.com
입단의 간격은 4년이지만 한살 차이인 장윤나와 이의영은 절친한 사이다. 사진 촬영에서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옷매무새를 서로 살뜰하게 만져주는 모습이 마치 자매 같다. 
 
"언니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이에요. 이렇게 가까이서 작업은 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초반에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근데 그런 것이 저뿐만 아니라 언니 그리고 작품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겠더라고요. 언니도 자신을 언니로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부르라고 하셨어요."(이의영)

"'도하야'라고 편하게 이름을 부르라고 했죠. 호호. 그래야 몸으로도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거든요.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좋아요."(장윤나)

김탁환·신경숙의 소설로도 익숙한 '리진'은 1890년대 초 조선에 주재했던 프랑스 공사 이폴리트 프랑댕이 쓴 '앙 코레'(1905)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조선의 마지막 궁중 무희로 알려졌지만 리진의 실존과 기록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쟁은 남아 있다.

김상덕 예술감독의 마음을 가장 크게 움직인 부분은 리진이라는 이름을 지닌 궁중무희에 대한 기록의 존재, 그 자체였다. 리진을 둘러싼 사랑과 우정, 질투와 욕망이 얽힌 흥미진진한 플롯으로 재탄생된 이유다. 무용극에 걸맞게 갈등 구조를 극대화한 강렬한 드라마로 승부하는 대중적 무대다.

국립극장이 내세우는 정체성인 '컨템포러리(동시대의) 극장'과 맞아떨어진다. 장윤나는 "항상 국립무용단의 정체성이 뭐냐는 질문을 항상 받는데 그 정체성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하게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틀을 잡아놓고 맞추기보다 자연스럽게 변화가 필요하다 생각해요. 물론 쉽지 않지만 그래서 대중과 소통하는 계기가 마련되죠."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국립무용단의 신작 '리진'의 무용수 장윤나(왼쪽)와 이의영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6.18. stoweon@newsis.com
국립무용단은 이와 함께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와 협업한 '단'과 '묵향‘,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과 협업한 '회오리', 프랑스의 세계적인 안무가 조세 몽탈보와 함께 한 '시간의 나이' 등 외부 창작자·해외 안무가와 꾸준히 작업하며 동시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지속해왔다.
 
"해외 안무가분들이든 정구호 선생님이든 함께 작업하는 자체가 변화고 공부에요. 무용수들에에게 이런 시도가 정말 좋아요. 한국 무용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거죠. 하지만 한국인이다 보니 현대적인 것을 가미해도 우리의 뿌리와 정서 자체가 지워지지는 않죠. 국립무용단에 속해 있다는 자부심을 느껴요."(장윤나)

국립무용단의 간판인 이의영과 장윤나는 실력뿐만 아니라 외모로도 주목 받고 있다. 각각 키가 175㎝와 174㎝로 언뜻 모델 같기도 하다.

이의영은 그러나 "무용수로서 중요한 건 역할에 맞는 이미지"라고 했다. 장윤나는 "시대 자체가 사람들의 체구가 서양화됐다"며 "저희의 메인 극장인 해오름극장이 대극장이다 보니 멀리서도 동작이 잘 보일 수 있다"고 웃었다.

두 사람은 국무용단을 넘어 한국 무용의 기대주이기도 하다. 2007년 국립무용단 입단 후 2009년과 2010년 '춤, 춘향‘의 춘향, 2013년 '토너먼트'의 여왕 역으로 감정표현을 인정받은 이의영은 중학교 1학 년 때 우연히 특별활동 시간에 한국무용반에 등록한 뒤 흔들리지 않고 이 길을 걸어왔다 "재미있었고 자연스러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국립무용단의 신작 '리진'의 무용수 장윤나(왼쪽)와 이의영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6.18. stoweon@newsis.com
초등학교 4학년 때 취미로 한국무용을 시작을 장윤나는 16세에 영재로 두세살 많은 오빠·언니들과 함께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들어갔고 2003년 21세라는 나이로 국립무용단에 입단해 주목 받은 무용수다.

영재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고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까 부담스럽기도 했다는 그녀는 하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했고 관객과 소통이 됐을 때 보람과 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무용수로서 한창 물이 오른 나이대의 두 사람은 '리진'이 자신들에게 분명한 전환점이 될 거라고 입을 모았다.
 
"연극적인 요소가 많아서 그런지 솔직한 표현이 가능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솔한 연기가 가능한데, 이 작품을 통해 조금 더 진정성을 갖고 싶어요."(이의영)

"개인적으로는, 딱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요. 사랑 듀엣을 하기에는 나이가 좀 많은데 그렇다고 연배가 많은 캐릭터를 맡기에는 또 젊죠. '낀 세대'라고 할까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도태하고 싶지 않거든요. 기존과 다른 색깔의 도화 캐릭터 오디션에 그래서 도전한 거고요.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오는 7월1일까지. 또 다른 리진'과 도화는 이요음과 박혜지다. 정승호 디자이너의 시적인 무대 미술과 김성국 작곡가의 서정적인 음악도 기대를 더한다.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