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정치권은 16일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허위 혼인신고 이력 등 각종 논란에 발칵 뒤집어졌다. 특히 안 후보자의 해명 기자회견은 이러한 논란에 더욱 기름을 끼얹은 모양새다. 야3당은 일제히 사퇴촉구를 주장하고 나섰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날 안 후보자의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 정부의 여성관이 이 정도인가"라고 문재인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안 후보자는 '여성은 술의 필수적 동반자', '사내는 예비 강간범', '계집은 매춘부' 등과 같이 본인의 저서와 칼럼에서 삐뚤어진 여성관을 보여줬다. 고위공직자로서는 물론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을 법과 원칙을 준수해야 할 법무장관 후보로 내세운 것을 보면 이 정부의 여성관이 도무지 어디까지인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단순히 안 후보자의 사퇴에 그칠 것이 아니며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며 "안 후보자의 잘못된 여성관에 대해 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침묵만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소속 여성 의원들도 이날 안 후보자가 허위 혼인신고 이력 등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퇴거부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지금이라도 청와대는 추문으로 얼룩진 안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국민의당 조배숙·권은희·박선숙·이언주·김삼화·김수민·박주현·신용현·장정숙·최도자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밝힌 뒤 "그것이 문재인 대통령과 우리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정권교체'의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안 후보자의 해명 기자회견에 대해 "영혼 없는 사과와 명백한 범법행위를 사랑으로 미화시키는 무책임한 태도가 국민의 분노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며 안 후보에게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황유정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같이 말한 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준법정신을 어기고 범법자가 된 사람을 법무부 장관으로 인정할 국민은 없다"고 일갈했다.
오신환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안 후보가 저지른 과오는 일개 시민 입장에서 봐도 도를 넘어 선 범죄"라며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과거 잘못을 후회하고 반성하며 살았다지만 음주운전·논문자기 표절·다운계약서 작성을 스스로 고백할 정도면 그동안 진실 된 반성을 하며 살았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무리 후회하고 잘못했다 하더라도 굳이 흠결 많은 범법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앉힐 이유가 있냐"며 "무조건 강행은 코드인사가 아니고서는 거둬들이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다른 당에 적용했던 잣대를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며 "더구나 법을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이라면 자진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당 분위기상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못하지만 같은 생각을 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민주당 내 여성 의원 사이에서도 자진사퇴론이 흘러나온다. 여성계를 대변해온 한 여성 중진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안 후보자가 부적격하다고 본다"며 "안 후보자가 사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 성명을 내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여성 재선 의원도 "너무 심각한 문제다. 혼인무효 같은 경우 법무부 장관 업무수행과 직결되는 부분이 있다"며 "여론추이를 보고 호전이 안 된다면 당도 조만간 다른 조치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 후보자는 국민적 지지가 따르지 않는다면 임명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3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민주당 내에서조차 이러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열리기도 전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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