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자문위원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감원연수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본료 폐지 공약을 업계에서는 그냥 1만원 정도 다 인하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분이 많다"며 "저소득층·소외계층의 기본료 폐지를 말한 것"이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앞서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는 전체회의를 갖고 미래창조과학부에 이번주까지 통신비 인하 관련 조정안을 마련할 것을 최후통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이번주 중 통신사업자, 통신요금관련 시민사회, 관계 전문가집단과 만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업계와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를 놓고 담판을 짓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최 의원은 "2차관 임명이 발표됐다. 우리로서는 출구전략이 쉽게 나온 셈"이라며 김용수 2차관이 문 대통령 공약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가져오길 기대했다.
기본료 폐지 공약에 대해선 "기본공약이 기본료 폐지다. 그리고 좀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소외계층 저소득층 통신료 기본료 폐지"라며 "문 대통령이 추가 공약을 구체화할때 저소득층, 소외계층 기본료 폐지를 먼저 말씀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결국 이동통신업계의 기본료 폐지 반대 논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기본료 폐지에 따른 적자와 이에 따른 신규 사업 투자 위축 등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해왔다.
이동통신업계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5378만명)의 기본료 1만1000원을 없앨 경우, 이통3사의 영업이익이 7조9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이통3사 영업이익 합산액 3조6000억원의 2배가 넘는 수치로 4조3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은 "이 수치에 대해 (자신은) 검증한 바가 없다"면서도 "(돈이 많이 드는) 5G 투자 문제가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영업권 침해가 아니냐, 법적 규정이 없다는 미래부의 주장도 틀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정기획위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단말기 분리공시제' 도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정기획위가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문 대통령의 공약 중 단말기 분리공시제나 지원금의 상한을 규정해 놓은 지원금 상한제의 조기 폐지를 검토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가 올 6월 임시국회가 열린 현재까지 '휴점' 상태라는 점이다.
현재 국회에는 17건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단통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이 가운데 지원금 분리공시제는 현재까지 박주민·변재인·신경민·신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덕광 자유한국당 의원,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 등이 제안했음에도 국회에 묶여있다.
이에 사단법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5000만 국민의 가계통신비 절감 및 소비자 후생 증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단통법 개정안' 처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우려된다"며 "미방위의 정상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제조사가 통신사에 지원하는 금액은 통신사의 지원금에 포함돼 일괄 공시되기 때문에 제조사가 얼마를 지원하는지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분리공시제 도입도 난항이 예상된다. 제도 도입 여부를 두고 삼성과 LG가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LG전자는 분리공시제에 찬성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단통법 분리공시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차후 상황은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정부 정책의 취지에 공감해서 일관적으로 분리공시제에 찬성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휴대폰 유통 장려금에 대해 이통사와 제조사 분리해서 공시하자는 방향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아직 실제로 입법이 되기까지 갈 길은 멀고 논의와 조율이 필요한 만큼 이후의 진행 방향을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분리공시제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보조금을 업무상 비밀로 간주, 국내 판매 단말기의 보조금 규모를 공개할 경우 해외 시장 마케팅 협상력이 약화된다는 것이 삼성 측의 논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분리공시제)에 대해선 단통법이 시행되기 전에 입장을 밝혔었고, 기존 입장에서 변경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분리공시제는 단통법 시행령에 포함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지만 삼성전자 등 제조사의 반발로 막판에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odong85@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