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자동차 소재 파악 어렵게 한 것 자체가 죄"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저당권이 설정된 차량을 대포차 등으로 유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차량 소재 파악 과정을 방해하면 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44)씨 등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이씨 등은 2011년 4월부터 2달에 걸쳐 현대캐피탈 등이 저당권을 가지고 있는 차량 41대를 싼값에 사들여 렌터카 영업용 차량으로 등록시켰다. 하지만 실제 영업은 하지 않고 차량을 되팔아 대포차 등으로 유통했다.
같은해 7월 강원도는 이씨 등이 설립한 렌터카 업체가 보유 중인 차량이 차량 등록기준 대수인 50대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자동차 대여사업 등록취소 처분을 했다. 렌트카에 등록된 차들은 등록말소됐고, 현대캐피탈은 차량을 경매에 부치려 했지만 행방을 찾지 못해 무산됐다.
검찰은 저당권을 일정 기한 내 행사하지 못하면 직권말소로 권리 상실하게 되는 점을 악용했다며 이씨 등에게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1·2심은 "저당권자의 차량 발견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케 한 것, 즉 은닉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씨 등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차량을 대포차로 유통시켰다고 볼 증거가 부족한 일부 차량과 관련해서는 권리행사 방해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동차 저당권등록이 직권으로 말소된다고 하더라도 저당권자의 우선변제권은 여전히 자동차 차체에 남아있다"며 "자동차에 설정된 저당권 등록을 말소하게 한 것만으로는 은닉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이들이 차량을 대포차로 유통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은닉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저당권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을 방해한 것으로 보기 충분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권리행사방해죄에서 은닉이란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 목적이 된 자기 물건 등의 소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한 상태에 두는 것"이라며 "권리행사가 방해될 우려가 있는 상태에 이르면 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당권등록을 직권말소되도록 한 행위 자체가 자동차 소재를 파악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라며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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