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정규직 '기본'만 쓰고 살아도 빚진다

기사등록 2017/05/25 14:50:17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평등노동자회 회원들이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해결, 저임금, 불안정 주거 대책 수립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17.05.25.  photocdj@newsis.com
평등노동자회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 공개
 본인, 배우자에 공적이전소득 합해 '100'이면
 의식주·공과금·통신·교육·의료비가 '103.85'
 80.4%가 정규직 경험 5년↓ '영원한 비정규직'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국내 비정규직 노동자 소득이 '기본적인' 생활비보다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상 속 필수 지출만으로도 빚을 져야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고착화'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등노동자회,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이 25일 공개한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평균 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 소비지출은 103.85다.

 여기서 소득은 본인과 배우자가 버는 돈에 국가가 제공하는 각종 연금 등 공적이전소득까지 합한 것이고 소비지출은 의식주·공과금·통신·교육·의료비 만을 대상으로 했다.

 문화여가, 저축·보험, 교통비를 비롯한 기타 상품·서비스 이용료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평등노동자회는 설명했다.

 평등노동자회 관계자는 "기본적인 소비지출 항목만으로 이미 소득을 넘어선 상태"라며 "결국 저축·보험 가입이나 여타 지출을 위해선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사대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균 월급여는 151만9645원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연령대가 50세 이상이 66.4%(50~59세 23.4%·60세 이상 43%)로 가장 많았는데 10명 중 8명(80.4%)이 정규직 경험 기간이 5년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혀 없었다는 응답자가 55.9%로 가장 많았고 1년 미만 3.8%, 1~5년이 20.7%였다.

【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근로자의 날인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127주년 세계노동절대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지금 당장 비정규직 철폐'가 적힌 피켓을 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7.05.01.  taehoonlim@newsis.com
 '한 번 비정규직은 영원한 비정규직'과도 같은 현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시급히 해결돼야 하는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는 '낮은 임금'을 고른 응답자가 81.2%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높은 집세'(3.5%), '잦은 해고'(1.9%) 등이 뒤를 이었다.

 비정규직에게 안정적인 노후 준비는 언감생심과도 같은 상황으로 조사됐다.

 '별로 못함' 40.1%, '전혀 못함' 37.1%, '보통'이 19.3%로 나타났다. '매우 잘 준비'와 '잘 준비'는 각각 0.8%와 0.5%(이 외 무응답 2.2%)였다. 

 삶의 질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과의 하루 평균 대화시간을 묻는 질문에 38.9%가 '30분 미만'이라고, 31.7%가 '30분~1시간 미만'이라고 대답했다. '1시간 ~ 2시간 미만'은 18.5%였다.  

 이와 관련해 평등노동자회 관계자는 "장시간 노동 및 관리자의 인격적 무시나 해고 등 노동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총 48문항)는 지난달 1일부터 30일까지 비정규직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부·전국여성노조·희망연대노조·돌봄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자 수는 372명이다.

 평등노동자회 관계자는 "개인 신상에 관한 질문이 포함된만큼 일정한 신뢰관계가 구축된 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며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태는 이번 조사결과보다 더 열악한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어 "조사 과정에서 아무리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힘든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게 됐다"며 "최저임금 1만원과 생활비를 낮추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af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