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출신 소설가 '유리궁전'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예전에는 생각지 못한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미 기계가 우리의 삶을 통제하고 있다. 우리는 기계를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기계 입장에서는 우리를 도구로 생각할 수 있다."
인도 소설가 아미타브 고시(61)는 24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광화문점 배움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난민 센터에 가면 다들 충전기 주위에 모여있다"며 "충전하기 위해 거기에 모여든 것이다. 취약한 사람들이 갈수록 네트워크에 더 의존적인 것 같다.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은 스마트폰을 안 들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1956년 인도 캘커타에서 태어난 고시는 첫 장편소설 '이성의 동그라미'(1986)로 프랑스의 최고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작품상, 후속작 '섀도우 라인스(Shadow Lines)'(1988)로 인도 최고의 문학상인 사히티야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고시는 이 작품을 통해 탈식민주의와 정체성 탐구라는 주제를 서사시적 소설에 담아내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유리궁전'은 1885년 영국의 버마(미얀마의 옛 명칭) 점령으로 시작해 아웅산 수지 여사의 투쟁으로 귀결된다. 제국주의 침략 ·식민지, 두 번에 걸친 세계 대전, 독재 정권으로 이어지는 인도와 미얀마의 격정적인 역사를 담았다. 미얀마는 2차 세계대전 때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국가고, 지금까지도 2차 세계대전 속에 살고 있지 않나 싶다. 3년 전에 미얀마 국립 문학상까지 받았다."
그는 "20대 델리에서 살고 있을 때는 테러리즘이 일상적이었다"며 "인도에서는 예전부터 홍수,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있었는데, 우리한테만 국한된 줄 알았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이 전세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소위 말해 덜 발전된 국가들이 겪었던 경험이 더 발전됐다고 간주됐던 국가들에게도 퍼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일하거나 피자를 만드는 사람들 대다수가 방글라데시 출신이었다"며 "이주가 엄청나게 이뤄지고 있다. 기후 변화나 정치학적 이유도 있겠지만 인류가 이렇게 많이 이동하는 것은 전례에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의 세계를 정확히 묘사했던 게 판타지 문학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고시는 "굳이 공상과학(SF) 소설을 쓰지는 않을 것"며 "앞으로 현실을 반영한 작품을 쓰고 싶다. 이번 행사가 한국 문학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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