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 "아직 사의 표명할 의사 없다"
정권 교체 상황 핵심기관 수장 임기 완주 쉽지 않아
조직내 두터운 신망 버팀목…"청장 너무 흔든다" 불만도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이철성 경찰청장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자신의 거취 문제를 놓고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시작된 이 청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불이 붙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총장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만큼 이제는 경찰청장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청장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검찰총장에 이어 스스로 물러날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의 결정을 기다리며 잔류를 선택할지다.
현재까지 이 청장은 사퇴보다는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청장은 전날 취재진에게 "아직 사의를 표명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임기도 1년3개월 가량 남아있는 상태이고,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달성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자신의 진퇴 여부에 이목이 집중될 경우 검찰 개혁,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경찰 관련 핵심과제들이 주목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찰 내부에서도 "거취 문제로 몰고가면서 너무 청장을 흔드는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구조개혁팀을 '단'으로 격상시킨 것처럼 현안에 대해 면밀히 준비를 해왔던 분"이라며 "인사, 감찰, 갑질문화개선 등 현장 경찰관들의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현장활력 5대 과제에 대한 만족도가 70% 수준에 달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조직 내 우호적 여론이 이 청장으로 하여금 사퇴보단 잔류에 무게를 둘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청장의 임기 완수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상 새 정부가 출범하면 국가정보원과 국세청, 검찰, 경찰 등 4대 핵심 권력기관의 수장이 교체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정철학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인물들을 임명하면서 새 정부의 탄생을 부각시키고 분위기도 쇄신한다는 차원에서다.
또 이 청장이 2014년 9월 대통령 정무수석실 사회안전비서관으로 발탁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좌했고,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이 청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점 등도 교체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한 경찰 관련학과 교수는 "청장 임기가 2년으로 보장돼 있지만 현실과는 다르다"라며 "이 청장에게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청장이 청와대에서 근무를 꽤 했었고 우 전 수석 아들 꽃보직 특혜 논란이나 최순실 인사 개입 등 석연찮은 면들이 있어 국민들이 탐탁찮게 바라보는 면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mstal0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