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시대]"자치경찰 전국 확대"…경찰 조직 지각변동 예고

기사등록 2017/05/10 14:19:59 최종수정 2017/05/16 09:36:16
【서울=뉴시스】김현섭 강정효 기자 = 지난 2007년 2월28일 제주자치경찰단(구 제주세무서) 앞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 발대식 모습. 2017.05.09.  afero@newsis.com  jhkang@newsis.com
文 "자치경찰제 전국 확대" 치안혁신 공약
 국가 아닌 각 지자체장이 경찰 관리 권한·책임 가져
 지역 실정 맞는 치안서비스 제공 최대 장점
 토착세력 유착, 지역별 위화감 등 역기능 우려도
 "가야할 방향 맞지만 '점진적' 변화가 바람직"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우리나라도 '자치경찰제' 시대가 열리는 것일까.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41.1%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문재인(64·더불어민주당) 대통령은 치안 혁신 공약 중 하나로 자치경찰제 전국 도입을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경찰의 민주성 확보를 역설(力說)하면서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에서만 시행하는 자치경찰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며 "경찰이 중앙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지역주민의 안전과 치안에 전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1948년 정부수립 당시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자치경찰제는 경찰공무원의 생활안전, 교통, 지역범죄 등 주민 밀착 서비스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국가가 아닌 자치단체장에게 부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공약대로 자치경찰제 전국 확산에 나선다면 10만 명이 넘는 경찰 조직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세부적인 형태는 차이가 있지만 미국, 유럽 일부 등 주요 선진국에선 이미 시행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유일하게 2006년 7월 자치경찰제를 도입했다.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지난해 11월17일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이 제주시 아라동에서 수학능력시험 시험장 입실완료 시간에 대지 못해 당황하는 한 여고생을 중앙여고 시험장으로 태워가기 위해 순찰 싸이카에 태워주고 있는 모습. 2017.05.10 (사진= 제주 자치경찰 제공).    afero@newsis.com
자치경찰제는 국민들의 치안 만족도 향상을 꾀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국가나 정치권으로부터 중립성을 확보하면서 지역 실정에 맞는 행정이 가능하고 책임이 해당 지역민들의 '표심(票心)'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자치단체장에게 있기 때문에 질 높은 치안서비스 구현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경찰이 국가권력이라는 우산 아래 있는 탓에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확신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점을 자치경찰 전국 도입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국민이 치안에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경찰 인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이런데도 많은 경찰이 시위를 막는 데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국민들의 불안감은 실제 조사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통계청 발표 '2016 사회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전체의 13.2%(매우 1.1%·비교적 12.1%)에 불과했고, '불안하다'고 느낀 비율은 45.5%(매우 9.4%·비교적 36.1%)였다. 보통은 41.2%였다.

 특히 위협 종류별로 구분하면 '범죄 위험'으로부터의 불안감은 더욱 높다. '안전하다'가 9.2%(매우 0.9%·비교적 8.3%)로 두 자리수 조차 되지 못했고 '불안하다'는 67.1%(매우 24.9%·비교적 42.2%), 보통 23.7%였다.

 자치경찰제와 관련해 우려되는 역기능도 존재한다.

 지역 특화로 운영되다보니 다른 지역 경찰과의 유기적인 업무 협조가 필요할 경우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지방 정부의 영향력에 휘둘리거나 토착 세력과의 유착 등으로 인한 폐단이 도사리고 있다.

 지역 내 인사로 경찰공무원 사회에 무사안일주의가 확대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으며, 치안서비스 수준이나 지역별 상황에 따른 관련 인·물적 지원 규모 차이에서 오는 주민 반발, 위화감 등의 부작용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2017.05.10.    photo@newsis.com
국가공무원에서 지방공무원으로 신분이 바뀌는 경찰관들의 반발도 예상 가능하다.

 자치경찰이 있다고 해서 지역민들의 안전 만족감이 무조건 올라간다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치경찰에 대한 직접 조사는 아니지만 경찰청이 지난해 7월6일부터 9월21일까지 국민 91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도 하반기 체감안전도 조사에 따르면 제주는 65.8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자치경찰제로 가야하는 것은 맞되 '연착륙'이 바람직하다는 조언을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역 사정, 주민 관심 등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방향으로 치안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큰 관점으로 봤을 때 자치경찰제는 필요하다"며 "다만 오랜 기간 국가경찰제를 해왔기 때문에 일시에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일부 지역에서 실시하면서 장단점을 따지고 문제점 파악 및 개선을 통해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 교수는 "문 대통령이 일단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바로 실시하는 것은 어려워도 점진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경찰제에서 자치경찰제로) 바꾸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분명히 시행착오가 생길 것이다. 급하게 하다보면 지역주민들은 '(국가경찰제 때에 비해) 지역에 대한 치안서비스 수준이 떨어졌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운하 경찰청 수사개혁단장은 "자치경찰제를 해야하는 건 맞다. 다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미국이나 영국처럼 국가경찰 자체가 사라지는 극단적 형태는 맞지 않다"고 밝혔다.

 황 단장은 "지금 제주도에서 하고 있는 자치경찰제는 분권화보다는 지역주민 눈높이에 맞는 치안서비스라는 가치에 치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도 제주도식 자치경찰의 전국 확대이고 이는 별 문제 없이 금방 실현할 수 있다"며 "이러면서 분권화 등 자치경찰의 영역을 점진적으로 넓혀 진화해나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af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