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먼지, 미세먼지②]미세먼지 대책 이번에도 재탕·삼탕…실효성 '글쎄'

기사등록 2017/05/16 05:50:00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시민들은 갈수록 숨이 막히지만, 환경 당국의 대책은 뒷걸음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앞다퉈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부처 간 대책이 엇박자를 내거나 재탕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수도권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먼지 총량제'를 시범 실시하는 등 미세먼지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중국만 탓하며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대기환경 개선대책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세먼지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환경 당국의 예보와 경보체계 등 관련 정보에 대한 불신마저 커지고 있다.

 ◇'부유먼지'든 '미세먼지'든 숨 막히는 건 똑같아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지난해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후속 조치로 대기 배출물질 가운데 '먼지' 항목에 대한 총량규제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소각장이나 발전소 등 수도권의 대형사업장 150여 곳을 대상으로 먼지 총량을 규제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2005년 이전 등록된 화물차 40여 대를 선정해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를 부착하는 시범 사업을 시행하고, 건설공사장의 저공해 건설기계 사용을 의무화하기 위해 시행규칙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미세먼지 농도 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장기 과제로 관련 연구 용역도 의뢰했다.

 실제 한국의 초미세먼지(PM2.5) 기준은 미국·일본 등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초미세먼지는 일평균 50㎍/㎥를 초과하면 나쁜 것으로 분류하지만, 미국·일본 등에서는 35㎍/㎥를 초과하면 나쁘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3월21일 우리나라와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미세먼지에 대한 용어가 달라 혼란스럽다는 지적에 따라 미세먼지(PM10)는 '부유먼지', 초미세먼지(PM2.5)는 '미세먼지'로 각각 변경했다.

 우리나라는 1995년 환경정책기본법에 환경 기준을 적용하며 지름이 10㎛ 이하 물질(PM10)을 '미세먼지'로 부르기 시작했다. 또 2015년 환경기준을 개정해 지름이 2.5㎛ 이하 물질(PM2.5)에 '초미세먼지'라는 명칭을 붙였다. 반면 국제사회에서는 지름 2.5μm 이하의 물질(PM2.5)을 '미세먼지'로, 지름 1μm 이하의 물질을 '초미세먼지'라고 부른다.

 또 정부는 2005년 이전 화물차에 미세먼지 유발물질인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를 시범 부착하고, 건설공사장 저공해 건설기계 사용도 의무화한다. 2005년 이전 노후 화물차(적재중량 2.5톤 이상)에 매연저감장치 부착 사업만 추진하던 것을 질소산화물 저감장치까지 추가한다.

 서울시가 수도권 운행 제한 차량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지자체별로 미세먼지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제도를 전국 차량에까지 확대한다. 서울 차량에 한해 시행하던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을 올해 1월부터 인천 차량까지 확대했고, 하반기부터는 경기도 노후경유차와 종합검사 불합격 차량의 운행도 제한할 계획이다.

 현재 13곳에 설치된 노후 경유차 단속 장비는 오는 10월까지 22곳에 추가 설치한다. 2019년에는 총 61개 지점까지 확대해 단속 실효성을 강화한다.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는 2005년 이전 제작된 2.5톤 이상 노후 화물 경유차의 출하 차량 주차요금 면제 혜택을 폐지하고, 해당 차량의 주차장 진입을 단계적으로 제한한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들도 미세먼지 대책도 노후 경유차를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대책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어 실효성을 기대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또 정부 부처 간 '엇박자'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를 배출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오는 2029년까지 20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7차 전력수급계획(2015년)을 통해 2029년까지 석탄발전소 20기를 증설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 총 53기 중 30년 이상 된 10기는 폐지하고, 나머지는 환경설비와 성능개선을 통해 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10기의 노후화된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동시에 20기를 신규로 증설하면 10기가 추가로 늘어나는 셈이다.

 ◇미세먼지 원인부터 정확히 알아야…오죽하면 '소송'

 최근 환경 단체가 우리 정부와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피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양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5일 최열 환경재단 대표,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안경재 변호사 등 7명은 서울중앙지법에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피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은 소장을 통해 "중국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오염물질을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관리하지 않았다"며 "이는 국제 규범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대한민국은 미세먼지의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안전과 행복추구권을 보호할 의무를 게을리해 원고의 손해가 심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미세먼지 원인 규명을 비롯해 1인당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또 '상세불명의 천식'이라는 병명이 기록된 병원 진료 기록을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중국에 대한 법적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규모와 농도 등 양국의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중국정부가 우리 법원의 정밀 조사에 참여할 가능성도 낮다.

 하지만 그동안 미세먼지와 관련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비판과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 과학적 규명 작업부터

 국내 미세먼지 발생 주범으로 석탄화력발전소와 중국의 대기 오염 물질 등이 꼽히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데 있다.

 상당 부분 중국에서 유입된다고 하지만 양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유해한 미세먼지가 들어오는지, 또 국내에서는 어디서 얼마나 발생하는지 등 미세먼지 발생 원인 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특히 미세먼지 대책을 놓고도 정부 부처 간 엇박자 역시 문제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낡은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는 2029년까지 20기를 증설한다고 발표해 정부 정책이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원인 분석과 미세먼지 발생량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세먼지 발생시키는 각종 원인에 대한 제대로 된 규명도 필요한 시점이다.

 박동욱 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큰 틀에서 국내적 요인과 중국이라는 국제적 요인으로 나눠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으로 미세먼지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피해가 발생하는 지 등 미세먼지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이어 "석탄화력발전소와 노후 경유차량 등 미세먼지 발생 원인으로 꼽히는 국내적 요인과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를 바탕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며 "단순히 목표 제시에 머무는 대책이 아니라 친환경 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연구와 투자, 경유차량 운행 제한 등 다양한 대책을 복합적으로 시행하고, 미세먼지 발생에 대한 과학적인 규명 작업을 통한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를 해결하는 투드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ky03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