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신당 '앙 마르슈('전진'이란 뜻)'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 모두 싫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7일 결선 투표일에 외출금지, 빈 투표봉투 넣기, 기표하지 않은 투표용지 넣기 등 다양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SansMoiLe7Mai (나 빼고 5월7일 투표), #NiPatrieNiPatron (애국자도 ,귀족도 싫다), # NiMarineNiMacron (마린, 마크롱 다 싫다) 같은 해시태그도 등장했다.
좌파와 우파의 주요 정치인들이 결선투표를 앞두고 마크롱 후보의 지지를 표명했지만, 국좌정당 좌파당의 장 뤽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과 르펜 중 누구도 지지하지 않았다. 그가 설립한 좌파정치 운동 ‘라 프랑스 앵수미즈’가 지난 2일 멜랑숑 대표 지지자 45만 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응답자의 36%는 결선에서 무효표를 행사하겠다고 답했다. 29%는 아예 기권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Fiducial)이 지난 4월30일부터 5월3일까지 유권자 1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마크롱 후보 지지율은 60%를 기록하며, 르펜 후보(40%)에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권, 무효 투표 등으로 답한 응답자 비율도 26%에 달했다.
파리의 한 택시기사는 CNN에 “1차 투표에선 마크롱을 지지했지만, 사실 두 후보 모두 내 맘에 들지 않는다”라며 “마크롱은 프랑스를 팔아먹으려 하고 르펜은 이민자를 추방한다”고 밝혔다.
보르도의 한 노점상은 CNN에 “마크롱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별 다르지 않다”며 “투표는 하겠지만, 빈 투표용지를 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크롱은 중산층이 아닌 금융계를 위한 후보"라며 "르펜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하는 것 같은 데 난 유럽연합, 유로존 탈퇴를 바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르펜의 반무슬림 노선에도 찬성하지 않는다면서, 두 후보 중 누구도 뽑지 않겠다고 말했다.
파리의 노동조합인 ‘프롤레타리아의 목소리’의 한 노조원은 CNN에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투표일에 어떻게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노조원은 마지못해 마크롱에게 투표할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이들이 투표할 확률은) 반반이다.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노조원이 절반이 될 수 있다. 마크롱이 금융계와 관계가 있어 그를 택하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투표 거부 운동 ‘보이콧 2017’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운동원은 “노동계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르주아 독재정권이 현 정치체제를 차지했다”라고 비난하면서도 르 펜의 당선은 우려했다. 그는 “르펜의 승리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만일 르펜이 승리하면 투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책연구소 채텀 하우스의 수석 연구원 매슈 굿윈은 투표 기권자가 많아질 경우, 마크롱 후보에게도 타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CNN에 “마크롱은 지난 2002년 프랑스 대선 때처럼 국민전선의 장 마리 르 펜 후보에 반대하는 표심이 자신에게 올 것으로 기대하겠지만, 이번에는 그 때처럼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2002년 프랑스 대선에서 르 펜의 아버지인 국민전선 후보인 장 마리 르 펜은 공화당의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과 결선에서 맞대결을 벌였지만 큰 격차로 패했다. 당시 기권한 유권자는 약 20%였다.
굿윈은 “2002년에는 르 펜 당시 대표에 반대하는 노동계층이 많았지만, 이번 결선에서는 좌파 노동계층에서도 기권하겠다는 유권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여론조사 결과) 르 펜이 고전하고 있지만, 길게 보면 그는 확실히 자신의 아버지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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