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셧다운' 불사 민주당 규탄…예산안 문제 왜곡

기사등록 2017/04/28 11:26:13
【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추가 지출 예산안을 놓고 '셧다운(연방정부 부분폐쇄)'을 불사한 민주당을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해야만 하는 마지막 날(28일)을 하루 앞두고 개인 트위터(@RealDonaldTrump)에서 민주당이 '셧다운'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예산안 통과를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다며 트윗 폭풍을 쏟아내면서도 막상 문제가 되고 있는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비용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예산안에서 민주당이 문제로 삼고 있는 것과 무관한 안건들을 거들먹 거리며, 민주당 때문에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민주당이 우리가 푸에르토리코를 지원하고 오바마케어를 위한 보험회사를 지원하지 않으면 정부를 폐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나는 탄광업자들을 돕고 싶은데 민주당이 그들의 건강보험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수차례에 걸쳐 이번 예산안의 문제를 왜곡하고 '멕시코 장벽' 문제로부터 시선을 돌리기에 나섰다.

 트럼프는 "나는 군대를 재건하고 국경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정부를 폐쇄하려 한다", "군대를 재건하는 것과 보험회사들을 살리는 것 중 뭐가 더 중요한가? 민주당에게 물어봐라", "민주당이 보험회사를 돕기 위해 우리 군인들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미국을 우선시해야한다", 민주당은 국경보호를 지지했었다. 이제와서 불법주민들이 쏟아져들어오는 것을 원한다" 등 연달아 트윗을 토해냈다.

 심지어 "여름 휴일철을 맞아 가족들이 국립공원에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민주당이 정부와 (공원들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미 국민들의 분노를 선동했다.

 트럼프가 꼬집은 이슈들이 민주당의 예산안 반대로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기는 하다. 28일까지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경찰과 소방 등 필수 기관을 제외한 연방정부 업무가 중단되는 셧다운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가 제안한 예산안에 군사력 강화와 국경강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는 것은 군사력 강화도 아니고 국경강화도 아니다. 물론 국립공원의 폐쇄나 불법 이민자 급증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은 '멕시코 장벽' 건설 초기 단계를 위한 15억 달러를 필수 예산안에 포함시키는 것을 반대하고 있을 뿐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의 트윗에 대해 "현실에 대한 감을 잃은 발언들"이라며 "만약 셧다운이 벌어지면 이는 (백악관의) 잘못이라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멕시코 장벽 건설에 대해 한 발짝 물러난 바 있다. 그는 지난 24일 백악관에서 보수 매체 언론인들과의 만찬 도중에 "(장벽 건설을) 이번 주에 할 수 있지만, 안된다면 오는 9월에 다시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가 그동안 백악관 측근들을 동원해 멕시코 장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장벽비용을 이번 예산안에 넣겠다는 주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취임 100주일(29일)을 하루 앞두고 '셧다운'을 일으켰다는 대규모 오명을 남기지 않고 싶어 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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