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런 검찰 내부 "뭘 더 어떻게…너무 대중적 접근"
"검찰 독립 보장해주면 누가 정권 눈치 보겠나" 불만
"우리가 자정능력 없는 거 인정한다" 반성 및 체념도
【서울=뉴시스】표주연 오제일 기자 = 검찰 개혁이 19대 대통령 선거의 주요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다. 후보들 대부분이 검찰 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검찰 조직과 그 권한에 메스를 대는 일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4일 검찰 내부에서는 대선후보들의 검찰 개혁 관련 공약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대선후보들이 앞 다퉈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을 '검찰 개조' 방안으로 제시하는 데 대해 전전긍긍하면서 불만도 표출되고 있다.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는 검찰 개혁이 핵심 쟁점으로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토론에서 문 후보는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공수처를 신설해서 견제하겠다"며 "(검찰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해야한다"고 역설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공수처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 후보의 경우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경찰 수사인력도 참여하는 제3의 조직인 '수사청'을 별도 설치, 검찰과 경찰이 상호 견제 및 경쟁하는 방안도 공약으로 내놓은 상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비슷한 공약을 내걸었다. 안 후보는 "검찰이 굉장히 많은 권한을 갖고 있고 매 정부마다 문제가 되어왔다"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목표로 삼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검찰과 경찰의 인력을 모아 수사만 전담하는 '특별수사청' 신설을 약속했다.
검사 출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까지도 "지금은 사실상 검찰독재시대"라며 "과거 검찰은 정의로웠지만, 지금 검찰은 바람이 불기도 전에 납작 엎드린다"고 날을 세웠다. 홍 후보는 검찰총장을 내부승진으로 하지 않고 외부영입으로 임명해 검찰 독립성을 보장해주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특히 '최순실게이트' 수사를 진행하면서 여러 차례 석연찮은 모습을 보인 게 결정적이었다. 검찰은 수사 초기 미진한 대응을 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수사 막판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민정수석 수사에 실패하면서 제 식구 봐주기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한 부장급 검사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역대 정권은 항상 검찰에게 하명수사를 하고 지휘해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검사는 "검찰에게 독립적인 수사권을 보장해주면 누가 정권 눈치 보는 수사를 하겠나"며 "검찰 개혁안도 좋지만 선제적으로 검찰에게 독립적인 수사권을 보장해주겠다는 선언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지검의 다른 부장검사도 "너무 대중적으로 접근하는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뭘 더 어떻게 하자는 건지, (선거) 때마다 그러는 측면도 있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또 다른 부부장급 검사는 "공수처 등을 세우는 것은 좋은데 이게 순수한 의도는 아닌 것 같다. 검찰을 더 잘 다루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자체적인 반성 목소리를 내는 구성원들도 없지 않다.
수도권 한 검사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의사가 전달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자정 능력이 없는 거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토로했다. 이 검사는 "공수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옥상옥'이라고 다들 반대하지만, 우리가 자정 능력이 없어서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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