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활자 성분 중 납의 산지가 중국일 수도 있다?
<문화재청> 활자의 내부구조를 조사한 결과 접합이나 가공 흔적은 관찰되지 않았고 표면조사에서는 덧칠이나 유기물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활자의 납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존3(한국 남부) 구역에 속하면서 중국 남부 영역에 포함되므로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이 지질대는 중국 남부까지 광범위하게 연결돼 있어서 이 결과로부터 납의 산지 추정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증도가자 측> 2016년 12월30일 문화재청이 공개한 ‘고려금속활자 분석 결과’는 “납 산지 추정을 위한 동위원소 분석 결과 한반도 옥천대, 영남육괴와 유사한 분포를 보임. 방연석의 납동위원소 비는 한반도 남부 지역의 지구조에 따라 존1(경상 분지), 존2(태백산 분지), 존3(옥천대 영남육괴와 경기육괴 동부), 존4(경기육괴 서부)로 구분되는데 금속활자의 납동위원소 분석 결과와 유사한 분포를 보인 존3은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일부 지역에 해당됨”이라고 밝혔다. 증도가자에 사용된 납이 한반도 것이라고 명확히 해석한 것이다. 그런데 4월13일 발표에서는 존3가 중국 남부까지 광범하게 포함되는 영역이라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 납 산지 추정이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같은 조사단, 같은 문화재청이 왜 3개월여만에 전혀 다른 해석을 하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만약 신청활자에 쓰인 납의 산지가 중국이고, 탄소연대측정 결과 직지보다 앞선 시기임이 확실하다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가 중국에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2. 위작은 아닌데 진품이라고도 할 수 없다?
<증도가자 측> 현재의 과학적 분석 장비와 기법으로 가짜임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일단은 진품으로 보고, 나중에 더 진전된 기술로 가짜임이 밝혀지면 문화재 지정을 취소하는 것이 마땅하다. 조사단의 논리대로라면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가운데 진품임을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문화재청의 조사보고서는 또 “신청활자가 위작이라는 증거는 발견하지는 못했으나 그것이 곧 진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과학적 분석 결과 위작이라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그것이 진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이라고 해석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어차피 지정조사단은 과학분석, 서체 비교, 제작기법 등 다각도로 신청 활자를 검증하므로 굳이 과학분석의 소결에서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3.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 관련
-연대측정 결과를 신중하게 받아들이라는 의미는?
<증도가자 측> 발굴조사 과정에서 직접 발굴한 유물 외에는 이런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다. 탄소연대측정은 유물의 연대를 측정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런데 측정결과를 중심으로 연대를 해석하지 않고 다른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악의적 왜곡에 가깝다. 고려시대 활자가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어떤 과학적 증거와 인문학적 해석이 가능한지 조사단이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문화재청은 2016년 12월30일 발표한 조사결과에서는 분석기관의 신뢰성과 관련해 기존의 탄소연대측정(선행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아 신뢰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석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개괄적으로 인정됨”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그러면서도 ‘개괄적으로’ 인정된다며 단서를 달아 긍정적인 조사 결과는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먹이 고려 것이 아니다?
<문화재청> 교란되지 않은 토층에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유구에 붙어 있는 유물에서 추출된 시료가 신뢰성 있는 연대측정 대상인데 이번 먹 시료가 그런 조건을 충족하는지 불투명하다. 먹 등의 유기물질은 지하수나 침출수 등에 의해 용해되거나 더 퇴적될 수도 있어서 동위원소 구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먹의 시대별 성분 분석 자료가 없고 1~5차 분석에서도 성분 분석이 이뤄지지 않아 고려의 먹이라고 확정할 수 없다. 먹의 연대와 활자의 연대 사이에 괴리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연대측정의 결과와는 별개로 고려의 먹이라고 확신할 증거도 발견할 수 없었다.
4. 서체비교 결과 0.03%의 차이가 유의미하다?
<문화재청> 윤곽선 분포 기반 수학적 계산 방법으로 서체를 비교한 결과 증도가자 모형과 증도가 인출본(삼성본)의 유사도는 최소 0.81~최대 0.97, 평균 0.92였다. 비교대상인 임진자와 임진자 복각본 글자의 유사도는 최소 0.90~최대 0.97, 평균 0.95여서 증도가자와 임진자의 평균 유사도 차이는 0.03에 불과했다. 신청활자(증도가자)보다 임진자 글자의 유사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 객관적 수치화를 통한 기계학습(딥러닝) 방법으로 비교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 방법으로 검증한 결과 신청활자의 유사도는 74.6919, 임진자의 유사도는 79.2949로 나타나 증도가의 유사도가임진자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낮게 나타났다. 또 증도가 활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번각본이 활자본과 거의 같다는 것이 이 논의와 실험이 전제가 돼야 하므로 지정조사단의 실험은 적절히 이뤄졌다.
<증도가자 측> 0.03이 유의미한 차이라고 할 수 있는지 지극히 의문스러운 분석이다. 딥러닝 방법으로 비교한 결과 유사도 차이는 5% 미만이었다. 두 활자의 제작연대 차이가 500년 이상이라는 점, 임진자 및 임진자 번각본의 상태가 최상인 점 등을 감안하면 5% 정도의 차이가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문화재청은 “신청활자는 서체의 특징으로 봐 북조의 사경과 초당의 서풍 또는 고려의 재조대장경, 사간본의 서체와 유사함”이라고 했는데 이 역시 중국과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서 의도적으로 증도가자가 고려 것이 아닌 쪽으로 몰고 가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윤곽선 분포, 딥러닝 등의 방법으로 추출한 유사도 차이가 극히 적은데도 결론에서 단순히 “평균 유사도가 낮고 유사도 편차가 큰 것으로 확인됨”이라고 해 분석 자료의 오독을 유인하고 있다. 악의적 해석이다. 활자본과 번각본의 차이는 이미 많은 유물과 전문가들에 의해 그 차이가 현저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차이를 무시하고 활자본과 번각본을 동일시해서 서체 분석을 진행한 것 자체가 상식을 넘어선 접근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015년 증도가자의 이중구조를 이유로 가짜임을 주장했으나 조사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이미 신뢰를 상실했다. 그런데도 국과수에 서체분석을 맡긴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문화재청> 출처와 소장경위가 불분명하다. 금속활자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동수반, 초두와의 비교조사가 불가능해 고려금속활자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증도가자 측>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2017년 4월13일 지정 신청 부결을 발표하면서 교토 골동품시장 다다(사망)-1995년 3~4월께 오사카의 구키야 마코도-1995년께 박진규-김환재(사망)-2010년 이준영-이정애(김종춘 회장의 부인)로 이어지는 소장 경로를 당사자에게 모두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부결 사유로 ‘소장 경위’를 든 것은 무슨 까닭인가. 남은 것은 활자의 출처인데, 출토문화재의 특성상 이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까지 지정된 수많은 동산문화재들의 출처는 모두 명확한가.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지정된 것인가. 이런 기준이라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는가. 청동수반과 초두는 증도가자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것인데 이를 부결 사유로 삼는 것 역시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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