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구·연인과 함께 목포신항을 찾은 시민들은 철제 울타리 너머 수백m 앞에 모로 누워있는 세월호를 바라보며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선체를 말없이 한참동안 바라보다 눈물을 닦아내는 시민도 자주 목격됐다.
세월호를 바라보며 일렬로 서서 두손을 모은 채 한참동안 미동도 않은 채 기도하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아빠, 미수습자가 뭐야"라고 묻는 딸에서 미수습자 9명의 사연을 조심스레 알려주는 아버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세월호를 직접 본 시민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정치권의 각성을 요구했다.
선체 외부세척작업을 유심히 지켜보던 장모(63)씨는 "선체를 직접 보니까 비통하고 짠한 마음이 든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마음이 아프다. 지휘계통에 있는 분들이 아무 수습책조차 안 마련해 놓은 것이 가슴 아프다"며 "권력층에 있는 분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사고를 방지하고 수습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들 셋과 함께 목포신항을 찾은 김치홍(48)씨는 "직접 보니 세월호가 생각했던 만큼 큰 배는 아닌데 왜 못 잡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큰 군함도 많으니 끌어당길 수 있었을 텐데 이 큰 나라에서 왜 저것을 못 잡았을까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세월호를 바라본 뒤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던 조선희(67)씨는 "미수습자들이 발견됐으면 좋겠고 모든 국민이 잊지 않고 항상 안전에 유의했으면 좋겠다"며 "책임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끝까지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경남 산청에서 온 유모(55)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냥, "내가 만일 그 상황이었다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지휘하면서 한사람이라도 더 구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바로 (침몰현장으로) 내려왔어야 했다"고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을 지적했다.
유씨는 그러면서 "사고는 언제든지 날 수 있지만 정치인들이라면 사고가 났을 때 최선을 다해서 국민을 구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며 대선에 출마한 대선후보들의 각성도 촉구했다.
다만 천안에서 부인과 함께 찾아온 최모(79)씨는 "꽃으로 말하면 봉오리 같은 아이들인데 안타깝다"면서도 "세월호가 (박 전) 대통령이 자빠지라고 해서 자빠졌나.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보상도 회사가 해줘야지 왜 나라에서 해주나"라고 박 전 대통령 책임론에는 동의하지 못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홍모(47)씨는 "세월호 인양과정 등 모든 것이 가족 위주여야 하는데 정부와 언론의 편의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언론은 어차피 정권이 누구로 바뀌느냐만 생각하면서 거기에 맞춰 자기들에게 유리한 것만 보도하고 있지 않느냐. 이런 인터뷰조차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홍씨는 또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몇백년이 걸려도 해야 한다"며 "추모관을 세우고 모든 사람들이 잊지 말아야 한다. 절대 안 잊어야 한다"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애도를 표하는 대선주자들에게는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잘못된 언론에 의해서 보도는 제대로 안 되고 있지만 (대선주자들은)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며 "(대선주자들은) 자기들 권력을 유지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제대로 행동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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