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수정안 불가' 통보에 이르면 11일 입장 정할 방침
산은 "더 이상 사채권자들에게 양보할 여지는 없다"
P플랜 돌입 시기까지 언급하며 국민연금 압박에 정면 대응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KDB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강대강으로 맞서며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이 P플랜(Pre-Packaged Plan·사전회생계획제도)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국민연금이 채무재조정 수정을 요구한 가운데 산은이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사실상 이해관계자간 자율적 구조조정은 어려워진 모습이다.
채무재조정이 실패로 돌아가면 대우조선 구조조정은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으로 전환된다.
산은, 수출입은행, 대우조선 등은 10일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국민연금 등 32개 주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대우조선 정상화 계획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30개 기관에서 약 56명이 참석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약 1시간 40분 동안 사채권자들을 상대로 대우조선 정상화 추진 경과, 실사 결과, 구조조정 추진 방향, 정상화 추진 기대 효과 등을 설명했다.
사채권자들이 궁금해 하거나 일부 오해가 있는 내용들은 질의를 통해 직접 '팩트체킹'(사실 검증)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는 17~18일 열리는 대우조선 사채권자집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국민연금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 회장, 최종구 수은 행장,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등이 참석한 설명회에 팀장급 실무자를 보냈다.
당초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참석할 것이란 예상관 달리 행사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는 부분이다.
설명회를 마친 이 회장은 고위급 대신 팀장이 행사에 참석한 것에 대해 "(국민연금 관계자들이) 바쁘신가보다"라며 불편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9일 정용석 산은 구조조정부문 부행장과 만나 사전 의견 조율을 시도했다.
국민연금은 이 자리에서 ▲국책은행 추가감자 ▲21일 만기 회사채에 대한 우선 상환 등의 채무조정 수정안을 제시했다.
수정안이 수용될 경우 채무재조정에 동참하겠다는 게 국민연금의 입장이었지만 산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문까지 보내며 수용 불가 입장을 확실히 했다.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한 국민연금은 내부 회의에 더 공을 들이며 이르면 11일, 늦어도 12일까지 대우조선 채무재조정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할 방침이다.
산은도 국민연금의 압박에 정면 대응하고 있다.
이 회장은 "수은의 영구채 금리 인하, 사채권자들의 만기 유예 회사채에 대한 우선상환권 부여 등은 우리가 수용할 수 있다"며 "단 최근 1년 동안의 상황을 보면 국민 혈세를 너무 많이 썼기 때문에 추가 감자 등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정 부행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에 있어 더 이상 사채권자들에게 양보할 여지는 없다"며 "산은도 수은도 사채권자도 모두 같은 채권자인데 책임 부담을 일방적으로 산은에 떠넘기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1개월 전부터 P플랜 작업을 추진해와서 현재 90% 이상 준비가 돼 있다"며 "(자율적인 채무재조정에 실패한다면) P플랜의 전환은 빠를수록 좋고 그 시기는 오는 21일 전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사채권자들은 대우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약 1조5000억원에 대해 50% 출자전환(7500억원)과 50% 만기연장(만기연장분은 3년 유예후 3년 분할상환·금리 3%이내)을 해야 한다.
만약 다가올 사채권자집회에서 자율적 채무조정이 불발되면 산은과 수은의 2조9000억원 신규자금 지원 없이 대우조선은 P플랜에 돌입하게 된다.
산은은 사채권자들이 자율적 채무조정에 합의할 경우 향후 회사채와 CP 회수율이 50%(7500억원)로 높아지지만 P플랜이 시작되면 10%(1500억원)으로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또 P플랜으로 전환되면 대우조선의 상장폐지 리스크가 증가하고 채권회수 기간도 약 10년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lkh201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