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넌의 몰락…트럼프 가족 쿠슈너와 '무모한 싸움'

기사등록 2017/04/10 16:52:59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수석 전략가 스티븐 배넌을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배제했다. 연방정부 관보에 5일(현지시간) 실린 NSC 구성 관련 공지문에 배넌이 국가안보 우선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이는 NSC의 명단에 빠졌다 배넌이 지난 3월23일 워싱턴에 있는 의사당에서 걸어가는 모습. 2017.04.06
【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실세로 여겨졌던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선임고문의 몰락설이 나오고 있다.

 9일(현지시간)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만해도 기세가 등등했던 배넌이 트럼프의 사위이자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와 공개적으로 충돌하면서 그의 몰락이 불가피해졌다고 평가했다.

 배넌은 극우 온라인매체 브레이트바트의 공공 창립자이자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을 보장한 '포퓰리즘'의 '주모자(Mastermind)'라고도 불려온 트럼프의 최측근이었다. 배넌은 뉴욕타임스(NYT)가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 같은 취임 첫 주에는 모두 배넌의 기교와 흔적이 남아있다"고 전했을 정도 트럼프 행정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하지만 트럼프의 첫 반이민 행정명령이 좌초되면서 배넌의 입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반면 쿠슈너 고문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쿠슈너 고문을 "그림자 장관"으로 불렀고, CNN은 "모든 것을 담당하는 장관(Secretary of Everything)"이라고 했다.

 극보수 포퓰리즘 성향의 배넌과 상대적으로 온건 보수 성향인 쿠슈너는 자주 충돌해왔고, 결국 트럼프의 가족인 쿠슈너가 승리했다고 CNN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족 외에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배넌의 첫 공개적 패배는 지난 5일 NSC에서 배제된 것이었다. 하지만 배넌의 패배는 여기서 그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배넌과 쿠슈너에게 "견해 차를 풀어라"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배넌과 쿠슈너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끝내고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를 떠난 후 만나 거의 한 시간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우호적은 대화를 나눴고 어젠다를 이행하기 위해 함께 일하기로 뜻을 모으고 헤어졌다.

 하지만 CNN에 따르면 이번 대화에서 배넌은 쿠슈너에게 일시적으로나마 주도권을 넘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CNN은 트럼프의 가족인 쿠슈너와의 싸움에서 승산이 없다며 배넌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을 벌였다고 전했다.

 배넌도 본인이 쿠슈너에게 밀려 더 이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배넌은 쿠슈너와 격돌한 뒤 고문직에서 사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거액 후원자인 레베카 머서가 배넌에게 장기적인 목표에 집중하라며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badcomm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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