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국들, 러시아 지하철 테러엔 뜨뜻미지근 반응

기사등록 2017/04/05 15:20:26
【파리=AP/뉴시스】프랑스 파리의 상징물인 에펠 탑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 희생자 추모를 위해 소등됐다. 2017.4.5.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유럽국들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에 대해 다른 때와는 달리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CNN방송은 5일(현지시간) 유럽 대다수 이웃국들이 러시아 테러에 대한 결속 의지를 적극 표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국들은 애도 메시지를 전하되 러시아와의 연대 약속은 꺼리는 모습이다.

 지난달 영국 런던 테러 때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유럽 각국에서 앞다퉈 연대 물결이 일었다. 프랑스는 사건 당일 에펠 탑을 완전히 소등했다. 독일은 브란덴부르크 문에 빛으로 영국 국기를 투영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 이후 유럽 각국에서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긴 했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테러에 맞서 러시아와 함께 하자는 의지를 표명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죽하면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러시아인들을 중심으로 '프레이 포 상트페테르부르크'(Pray for StPetersburg)라는 해시태그(검색 키워드)가 공유되고 있다고 CNN방송은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 시가 러시아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첫 스타트를 끊긴 했다. 안 이달고 시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5일 0시를 기해 에펠탑 불을 껐다.

【베를린=AP/뉴시스】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에 23일(현지시간) 런던테러를 추모하는 의미로 영국 국기 문양의 조명이 비춰지고 있다. 2017.03.24
 온라인상에서는 국제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식지 않고 있다. 블로거 크리스티아누 알베스는 2015년 파리 연쇄 테러 당시 소셜 미디어 상에 인 연대 물결을 상기시켰다.

 알베스는 "파리 테러 때와 반응이 왜 이렇게 다른지 놀라울 따름"이라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는 러시아 테러 관련 컨텐츠를 분류해 볼 수 있는 필터 기능도 생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파리 테러 당시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프로필 사진에 프랑스 국기 이미지를 덧붙일 수 있는 기능을 일시적으로 제공했다.

 독일은 브란덴부르크 문의 러시아 국기 투영 여부에 관해서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독일은 런던 테러 뿐만 아니라 작년 6월 미국 올란도 나이트클럽 테러, 올 1월 예루살렘 트럭 테러 때도 비슷한 추모 행사를 진행했다.

 베를린 상원의회의 한 대변인은 브란덴부르크 문 국기 투영은 특별한 경우에 혹은 '파트너 도시들'의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기 위해서만 실시하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 폭탄테러 현장에서 꽃을 바치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17.04.04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작가 존 워스는 "런던 공격 땐 영국 국기가 브란덴부르크 문에 나타났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위한 건 아무 것도 없다"며 "이런 논란은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유럽국들의 이 같은 반응은 러시아와의 불편한 관계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를 통해 러시아를 견제 중이며, 러시아는 이에 맞서 동유럽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작년 러시아의 미국 대선 해킹설이 불거진 뒤로는 프랑스, 독일 등 올해 대형 선거를 앞둔 유럽국들에서 러시아의 여론 조작, 선거 개입 등에 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의 상징물을 이용한 연대 표명은 많지 않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각국 정상들은 테러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직접 애도의 뜻을 전했다.

 ez@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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