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배출권, 파는 기업 없어 가격만 상승…'과징금 납부'로 몰릴 가능성"

기사등록 2017/04/05 11:13:07
 "대책의 핵심은 여유 배출권의 현금화"  "감축실적 높은 기업에 인센티브 주는 방식도 병행" 【세종=뉴시스】이윤희 기자 =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개입에 나선 것에 대해 "시장에 사려고 하는 쪽에 비해 팔려고 하는 쪽이 없다"며 "배출권이 부족해 가격이 너무 뛰면 기업들이 오히려 과징금을 내는 쪽으로 몰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일영 기획재정부 기후경제과장은 정부가 5일 발표한 '배출권 거래시장 안정화' 사전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배출권 거래제의 주된 목표는 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인데, 시장이 왜곡돼 본연의 목적을 잃을 수  있다게 정부의 문제의식이다.  오 과장은 "업체들과 만나보니 부족한 배출권을 시장에서 매입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시장에는 팔려고 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며 "제도가 의무이행을 담보하는 상황에서 수요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 과장과의 일문일답.  -배출권 거래시장이 서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닌데 정부가 개입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안정화조치가 필요한 이유는 (기업에 주어진) 의무이행 때문이다. 배출권을 구입하지 못해 (배출량만큼 배출권을)제출하지 못하면 과징금을 받도록 돼 있다. 시장에 그냥 맡길수도 있지만, 배출권이 부족해 가격이 너무 뛰면 기업들이 오히려 과징금을 받는 쪽으로 몰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를 완화하는 것이 안정화 조치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정책적으로 전체 배출권을 감축하기 위해 의무이행제도가 있기 때문에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기업들이 차입을 선호하는 것은 결국 배출권 매입을 미룬 것 아닌가. 과징금을 받으면 그게 교훈이 돼 개선할 텐데,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가.  "업체들과 만나보니 부족한 배출권을 시장에서 매입하고 싶어한다. 무조건 차입을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1차 계획기간이 종료되는 올해부터는 수요가 많다. 그런데 시장에는 사려고 하는 쪽에 비해 팔려고 하는 쪽이 없다. 그래서 고민을 시작했다. 시장에 맡길 수도 있으나 제도가 의무이행을 담보하는 상황에서, 수요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차입한도도 15%로 놔둘 수 있지만, 처음부터 차입을 많이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축소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여유 배출권을 팔지 않고 이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두가지 측면이 있다. 먼저 기업들이 2차 계획기간에 새롭게 배출권을 할당 받는데, 앞으로 얼마나 받을지 모르니 여유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다. 또 내부적으로는 배출권 거래를 대체로 환경부서가 담당한다. 그런데 이것을 시장에 팔고하면 회계와 전략부서가 담당하게 된다. 그렇다보니 기업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 배출권을 팔지 않는 기업이 많다. 최근 EU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했는데, 첫 발표주제가 기업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새롭게 설계하라는 것이었다. 배출권 거래는 환경규제 차원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도록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격이 계획기간 마지막 해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가격을 중심으로 접근한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물량을 사고 싶은데 살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시장에서 2만원이든 2만5000원이든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배출권에 여유가 있는 기업이 팔지 않으면 가격이 의미없는 상황이라 이렇게 접근하게 됐다."  -정부의 시장 안정화 방안이 정착하면 가격이 하향세로 갈 것으로 전망하나.  "실제적으로는 가봐야 알겠지만, 어느 정도 하향추세로 갈 것으로 판단한다."  -배출권 가격이 내려가면 기업들이 감축 시설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드는데.  "기업의 감축시설 투자를 유인하는 방식은 배출권 가격형성도 있고 제도적 뒷받침도 있다. 2차 계획기간에는 배출권을 할당할 때 감축실적이 높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이월제한에는 두 가지 조치가 있다. 예전에 EU에서 사용한 방법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모든 것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하는 것처럼 1년 반 정도 여유를 주고 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배출권을 현금화하라는 것이다. 핵심은 남는 배출권을 현금화해서 돈으로 보유하라는 것이다. EU 방식을 쓸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 팔아서 수익을 올리라는 것이다."  -2차 계획기간도 이월제한 조치가 적용되나.  "2차 계획기간에도 시행을 적극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수급상황을 보고 판단해야한다. 수급이 원활히 진행되면 2차 계획기간에 이 방법을 쓸 필요성이 줄어든다."  -기업들이 배출권 매입보다 차입을 선호하는 것은 차입이 싸서가 아닌가.    "차입은 기업이 가진 것을 당겨 쓰는 것이라 비용이라는 것이 없다. 통장에 (잔고가) 어느 정도 있으니 끌어 쓰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마지막 해에 잔고가 빈다. 그때는 시장에서 무조건 사야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2차 계획기간 중 유상할당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가.  "유상할당은 모든 나라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하고 있다. 우선 수출입 비중이 많은 기업은 배출권 거래제로 인해 손해를 본다는 개념이 있다. 그런 기업들은 무상할당업종으로 따로 분류를 한다. 이 업종이 아닌 업체 중 자기 할당이 100이면 그 중 3은 정부에서 유상으로 주고, 나머지 97만 무상으로 할당할 계획이다. 그런데 업체에서 여유가 있다고 하면 3%도 사지 않을 수 있다."  -유상할당 경매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업체에게 강매하는 것이 아니라 경매시장을 열어두고, 업체들이 들어와 사고싶으면 사는 개념이다. 유상할당 대상 업체의 경우 경매에서 배출권을 사지 않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다. 무상할당 업체도 경매에 들어와 할 수 있게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향후 탄소 관련 리스크가 커질 것을 고려하면 파생상품도 필요할 것 같은데.  "파생상품인 선물 등은 현행규정상 2021년부터 도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자본시장법에서 금융투자업을 하는 사람도 그때부터는 선물을 가지고 들어올 수 있다. 도입을 당기자는 요구가 많은데, 정부 판단은 현물시장이 먼저 예측가능하고 안정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배출권 거래제 시장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2015년과 2016년 합쳐서 총 거래액이 2800억원이다."  -거래액 예상 증가 규모는.  "이번 조치를 통해 시장에 공급될 규모가 4000~5000만톤으로 본다. 1톤단 가격을 1만5000원에서 2만원 정도로 잡고 계산할 수 있는데, 향후 시장 조정가격을 감안해야 한다."  -시장조성자제도를 도입한다고 했다.    "거래수수료 감면이나 시장조성자가 매도, 매수 기업 간에 컨설팅을 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그 이상 인센티브가 어떻게 있을 수 있는지 검토할 수 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을 중심으로 시장조성자를 논의하고 있다. 그곳으로만 할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부터 제도가 적용되는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굳이 대책을 낸 이유는.  "배출권 할당계획은 법적 계획에 따라 진행된다. 올해 6월까지 수립하도록 법적으로 돼 있다."   sympath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