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소프라노 여지원 "시련 닥쳐도 고민않고 나아가는 스타일"

기사등록 2017/04/03 13:51:47
【서울=뉴시스】강종민 기자 = 소프라노 여지원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무티 베르디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지원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오는 6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무티 베르디 콘서트'에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2017.04.03.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콩쿠르에서 떨어져도 시름에 잠기기보다 '왜 안 되지?' '무엇을 더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무엇이 문제였지라고 되짚으며 '레퍼토리를 바꿀까' '무엇을 더 하면 될까'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찾아나가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물론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그게 재미있어 그 작업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금의환향한 소프라노 여지원(37)은 성악계의 반전 소프라노로 통한다. 국내에서 무명(無名)에 가까웠지만 지난 2015년 8월 유럽 대표적인 클래식음악 축제인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이탈리아의 거장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베르디 오페라 '에르나니' 주역으로 깜짝 발탁되면서 거꾸로 한국에서 유명해졌다.  

 3일 오전 광화문에서 만난 여지원은 "벽에 부딪히고 시련이 닥쳐도 큰 고민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 부분을 긍정적으로 봐주시면 감사한데 그런 성격이 도움이 많이 됐죠"라고 말했다.

 여지원은 경기도문화의전당(사장 정재훈)이 오는 6일 오후 8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과 7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준비한 세계유명연주자 시리즈 두 번째 무대 '무티 베르디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맥베스', '에르나니', '시칠리아섬의 저녁기도'의 아리아를 부른다.  

 프로로서 서울 무대는 이번이 첫 번째지만 한국 무대는 두 번째다. 지난 2014년 '대구국제오페라축체'에서 '투란도트'의 류 역을 맡았지만 당시 그녀를 주목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서울=뉴시스】강종민 기자 = 소프라노 여지원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무티 베르디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지원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오는 6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무티 베르디 콘서트'에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2017.04.03.  ppkjm@newsis.com
 어릴 때부터 노래를 좋아한 그녀는 고등학교 2학년 당시 반에서 노래를 잘한 친구가 성악을 했다는 걸 안 뒤 뒤늦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뮤지컬학과로 변경된 서경대 성악과에 1999년 진학했다.  

 4년 내내 학교에서 노래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다. 2005년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한 이유다.

 "꼭 노래 때문만이 아니어도 견문을 넓히고 왔으면 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유학을 간 것은 아니에요. 저도 현실을 아는 사람이니 1년 정도 고민을 했죠. 그 사이에 학교 오페라를 하게 됐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근데 이 공연이 내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면 너무 슬플 거 같아서 유학을 갔죠."  

 파르마의 아리고 보이토 국립음악원과 시에나의 키자냐 아카데미 성악전문과정을 졸업한 뒤 베키 토넬리 음악원에서 자신에게 애정을 쏟은 소프라노 라이나 카바이반스카를 사사했다. 하지만 학교 시험에 떨어지는 등 초반에는 내내 울면서 공부했다고 했다. 게다가 이탈리아에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서울=뉴시스】강종민 기자 = 소프라노 여지원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무티 베르디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지원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오는 6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무티 베르디 콘서트'에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2017.04.03.  ppkjm@newsis.com
 "처음에는 3년을 생각하고 갔는데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울면서도 할 건 다 했어요. 학교도 더 열심히 다녔는데 그 와중에 실력도 쌓이고 기회가 늘었죠. 유학 시간이 조금씩 더 연장이 되더라고요. 유학하시는 분들이 '너 같은 경우도 있네. 네가 희망이다'라고 말씀해주세요. 호호."  

 이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데뷔 이후 '이상적인 베르디 소프라노상'으로 꼽히며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로 단숨에 오른 것이다. 여지원은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다시 주역으로 선다. 1979년 카라얀 지휘 이후 38년 만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베르디 '아이다'의 타이틀 롤로 역시 무티가 지휘한다. 세계적인 스타 소프라노인 안나 네트렙코와 더블 캐스팅이다.

 "굉장히 기대가 커요. 세계적인 소프라노는 어떻게 노래 부를 지에 대해서요. 또 어떻게 연습에 참가하며 어떻게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지 눈앞에서 볼 수 있어 좋아요. 관객 입장에서 네트렙코가 노래 부르는 것을 보고 반했거든요. 비교는 스스로도 안 하려고 하고 안 해주셨으면 해요. 몸도 다르고, 목소리도 다르고 돋보이는 장점도 다르죠. 디만 제가 모르는 제 장점과 단점을 보면서 배울 것 같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무티가 여지원을 처음 본 건 2013년 라벤나 페스티벌에서 오페라 '맥베스' 오디션 자리. 이 작품의 연출이 무티의 아내인 크리스티나 무티였다. 1년 뒤 다른 오페라 등을 통해 여지원을 눈여겨 본 무티는 "동양사람 같지 않고 역할에 집중하는 모습에 굉장히 놀랐다"며 그녀에게 오디션을 제의했다. 그 작품이 '에르나니'였다.  

【서울=뉴시스】강종민 기자 = 소프라노 여지원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무티 베르디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지원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오는 6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무티 베르디 콘서트'에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2017.04.03.  ppkjm@newsis.com
 여지원은 겸손했다. 노래 능력이 타고났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고 처음부터 노래 부르는 것이 편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하고 오래했다.  좋은 목소리를 익히기 위해 테크닉도 하나하나 쌓아갔다.  

 "장점이 없는 반면 약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이탈리아에서 오래 공부했으니, 이탈리아인답게 노래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동양스럽지 않다는 말이 나온 것 같아요."  

 한국 성악가가 서기 힘들었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통해 단숨에 이름이 알려졌지만 실력이 도약한 것은 아니다. 꾸준히 갈고 닦은 대기만성이다.  

 "조금씩 노래가 늘었어요. 계속 부족한 점을 찾았고 이를 메우려고 선생님을 찾아 다녔어요. 그리고 좋은 선생님을 계속 만났고 좋은 레퍼토리를 찾게 됐죠."

【서울=뉴시스】강종민 기자 = 소프라노 여지원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무티 베르디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지원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오는 6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무티 베르디 콘서트'에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2017.04.03.  ppkjm@newsis.com
 처음에는 자신의 목에 맞는 레퍼토리를 몰라, 목도 혹사시켜봤다. 하지만 잘 몰랐기 때문에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때마다 더 재미가 있었다고 즐거워했다.  

 많은 기자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처음이라며 떨려 한 그는 3년 만에 한국 무대에 서는 것 역시 긴장되고 부담이 더 크다고 했다.

 "저를 아시는 분도 있고, 몰라도 관심을 갖고 찾아와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요. 외국에서는 잘 모르는 동양인이거든요.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시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죠. 제 목소리 안에서 역할에 집중하고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대학교 선생님, 친구들이 10여년 만에 제 목소리를 듣게 되네요. 부모님도 정말 기대하고 계세요."  

 수많은 성악계 후배들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녀는 "꿈을 갖으라"고 조언했다. "그 꿈이라는 것은 '난 가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노래가 너무 좋아서 하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 지치지 않죠.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자리에서 무엇인가 되지 않아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어요. 대학교 때 '찾아가는 오페라' 공연에 참여하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아이들이 노래를 듣고 필터 없이 기쁨을 표현하는 것이 좋았거든요. 그걸 보면서 기쁨을 느꼈고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 거야'라는 꿈도 꿀 수 있었죠."  

 무티와 만남 이후 더 많은 기회들이 찾아오고 있다. "무엇보다 무티 선생님이랑 계속 연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회에요. 한번 함께 하고 더 부르지 않을 수 있는데 좋게 보셔서 해마다 기회를 주시는 것이 저 스스로도 놀라워요. 이후 다른 기회들도 오고 있어요." 한국 무대도 많이 서고 싶다며 웃었다. "아직 많은 역할의 데뷔를 해야 해요. 맡겨주시면 무슨 역할을 해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호호."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