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표 측은 안 전 대표의 사면 관련 발언을 십분 활용, '보수층을 잡으려는 시그널'이라며 정권교체 반대 프레임 씌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안 전 대표 측은 문 전 대표의 아들 취업특혜 의혹을 꺼내들며 문 전 대표를 기득권·적폐로 규정, 맞공세를 펴는 상황이다.
문 전 대표는 2일 서울 종로구 동양예술극장에서 열린 '문화예술 비전을 듣다' 행사 뒤 기자들과 만나 "구속되자마자 돌아서서 바로 사면이니 용서니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게 참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안 전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그는 이어 "굳이 박 전 대통령으로 국한해 말할 필요가 없이, 대통령의 사면권은 국민의 뜻에 어긋나게 행사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안 전 대표는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후보 선출 6차 전국순회경선 합동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 사면권 남용은 안 된다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왜 소란스러운지 모르겠다"고 민주당 공세를 일축했다. 그는 또 연설에서 "정치인에 의한 공학적 연대론을 모두 불살랐다"고 발언, 연대에 대한 공세 차단에도 나섰다.
그는 또 "박근혜가 박정희의 딸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대통령이 됐겠나. 이재용이 이건희의 아들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삼성의 1인자가 됐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능력 없는 사람들이 상속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면 안 된다"고 발언, 문 전 대표의 아들 취업특혜 의혹을 우회 비판하는 동시에 문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상속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각 당 대리인들끼리의 입씨름도 점입가경이다. 윤관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특사 기용을 말하는 것은 보수층을 잡기 위한 시그널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은 "안 전 대표는 대통령의 사면권을 권력으로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사면위원회를 통해 투명하게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것을 왜곡해 혹세무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장 대변인은 또 "'박근혜, 이재용 사면불가방침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국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한 것은 문 전 대표"라고 문 전 대표가 이재명 성남시장의 사면불가 천명 요구를 일축한 점을 꼬집었다.
고연호 대변인은 또 문 전 대표가 정치권의 거듭된 아들 취업특혜 의혹 제기에 '이제 그만하자'고 답한 점을 거론, "검증을 그만하자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은 국민을 무시한 것이고 반민주적"이라고 비판했다.
chaideseu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