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대우조선 출자전환에 시중은행도 타격…충당금 적립 부담 커져

기사등록 2017/03/23 16:02:05
시중은행, 대우조선 무담보채권 80% 출자전환
 손실위험에 충당금 6400억 추가 적립 필요

【서울=뉴시스】김지은 기자 = 지난해 조선·해운사 부실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시중은행들이 올해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출자전환으로 충당금 적립 압박을 받게 됐다.

 작년 잠재부실을 모두 털어내는 빅배스를 단행한 농협은행은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시중은행 중 가장 많아 타격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정부가 발표한 대우조선 추가 지원안을 보면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에 대한 무담보채권 약 7000억원의 80%(5600억원)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20%는 만기를 연장할 예정이다.

 대우조선에 대한 시중은행 위험노출액은 모두 2조7000억원인데 이 중 무담보채권만 출자전환에 나서는 것이다. 무담보채권은 대출채권의 일부로 LC(신용장) 등 신용대출이 대부분이다.

 은행별로 보면 전체 익스포저는 농협은행이 8884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 7144억원, 국민은행 5129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098억원, 2337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출자전환은 대출금(부채)을 주식(지분)으로 바꾸는 것으로 손실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여신 1조6000억원 규모를 출자전환했는데, 지분 보유 가치가 '1원'으로 평가돼 결국 연말에 모두 손실 처리됐다.

 정부는 출자전환주식이 원활하게 현금화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 중으로 대우조선 주식거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주식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이에 따라 은행의 충당금 압박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은행들은 대우조선 채권을 '요주의'로 분류해 대출자산의 7~19%를 충당금으로 쌓은 상태다. 은행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따라 대출에 대한 자산 건전성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요주의인 등급을 한 단계만 낮춰도 대우조선의 여신은 부실채권에 해당하는 '고정이하'로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충당금을 20% 이상 쌓아야 한다.

 이달 현재 우리은행의 충당금 적립률은 50% 이상이지만 나머지 시중은행의 적립률은 10~15%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들이 출자전환에 나서면 640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농협은행의 경우 익스포저 자체는 많지만 여신의 97% 이상은 일반 대출이 아닌 선수급환급보증(RG)이어서 선박 건조 진행 여건에 따라 부채가 줄 수도 있다. RG는 선주가 선박 건조 계약 때 조선사에 준 선수금을 금융사가 지급 보증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건조 중인 선박만 인도되도 부담을 덜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충당금 폭탄이 예상된다. 이달 현재 대우조선 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은 5%에 불과하다.

 일반 대출이 많은 하나은행도 비상이다. 전체 익스포저의 70%에 달하는 5026억원이 대출채권이다. 당장 무담보채권을 주식(지분)으로 전환해야 해서 평가 손실이 예상된다.

 시중은행 가운데 익스포저가 세 번째로 많은 국민은행은 여신의 80%가량이 RG여서 향후 업황에 따라 충당금 적립액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자전환으로 충당금 부담이 가중된 것이 사실"이라며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및 유동성 상황에 대한 종합실사 결과를 보고 여신 건전성을 재분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kje132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