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진도 앞 바다에 가라앉아있던 세월호가 1073일 만에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
3년 전 그날처럼 빗방울이 떨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항구'의 부두 한 편에서 60대 노부부가 눈물을 훔쳤다.
전남 장성에서 아침 일찍 팽목항까지 온 조순연(65·)씨는 남편과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본 뒤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조씨는 "세월호가 인양된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며 "내 가족은 아니지만 용기를 잃지 말고 힘내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반드시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더는 말을 잇지 못한 조씨는 사고 해역 방향의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보며 또 다시 기도했다.
이른 아침부터 팽목항을 찾은 이들은 세월호가 온전히 올라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이같이 전했다.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온 조현국(69)씨는 "세월호가 인양되길 온 국민이 성원하고 있다. 9명 모두 물에서 나와 가족들에게 돌아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네 번째 팽목항을 찾았다는 유정민(32·여)씨는 "이유를 딱히 말하긴 힘들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이 곳에 왔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잘 마무리돼 유가족들에게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9명도 반드시 가족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3년이나 걸린 정부의 세월호 인양을 비판하기도 했다.
광주에서 온 김수빈(23·여)씨는 "왜 이제야 인양이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온전히 올라와 미수습자 9명이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반드시 진실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을 보기 위해 미수습자 가족이 사고해역으로 떠난 팽목항. 세월호 인양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 속에서 시민들이 가족들의 빈자리를 대신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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