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 검토에만 6시간 이상…아침 7시6분께 자택 도착
귀가해서도 측근들과 논의 등 한동안 잠 못 이룬 듯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자택을 나선 시간은 21일 오전 9시15분이었다. 파면 후 삼성동 자택으로 거처를 옮긴 지 9일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자택 앞에 대기 중이던 차량에 탑승한 지 9분만인 9시24분께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앞에 섰다. 그는 취재진을 향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라고 짧게 말한 뒤 청사 안으로 들어섰다.
티타임 직후인 오전 9시35분께 1001호에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형사8부 한웅재 부장검사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배경 등을 추궁했고 박 전 대통령은 "검사님"이라고 호칭하며 답변을 이었다.
오전 조사는 2시간30분가량 진행된 뒤 낮 12시5분경 종료됐다. 박 전 대통령은 김밥·초밥·샌드위치로 채워진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변호인단과 함께 식사하며 검찰 조사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눴다.
약 1시간가량 점심시간을 가진 박 전 대통령은 오후 1시10분 조사실 테이블 앞에 앉았다. 유영하 변호사와 정장현 변호사가 번갈아가며 박 전 대통령 옆자리를 지켰다. 맞은편에는 여전히 한 부장이 앉아 대기업에 재단 기금 출연을 강요했는지 등을 물었다.
박 전 대통령은 오후 7시10분께부터 다시 한 부장검사와 마주 앉았다. 이후 오후 8시35분께까지 조사가 이어지다 특수1부 이원석 부장검사가 투입되기 위해 약 5분간 다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와 삼성그룹 뇌물 혐의를 수사했던 이 부장검사는 오후 8시40분께부터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관련 내용을 질문했다. 조사는 약 3시간 진행된 뒤 11시40분께 마무리됐다.
14시간에 걸친 조사가 마무리됐지만, 박 전 대통령은 검찰청사에 남아 날이 밝도록 뜬눈으로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진술조서 내용이 방대해 이를 살펴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것이 변호인단 설명이다. 박 전 대통령은 6시간 이상 본인이 '피의자'로 적시된 조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청사를 떠난 지 11분만인 오전 7시6분께 삼성동 자택에 도착했다. 밤을 새운 300명 안팎 지지자들과 윤상현·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박 전 대통령을 맞았다. 그는 의원들에게 "왜 오셨냐. 안 오셔도 되는데"라는 말로 고마움을 표했다. 지지자들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목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께 한마디 해달라' '검찰서 뇌물 혐의를 인정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자택으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 후 귀가하는 데는 약 22시간이 걸렸다.
자택 안에 들어가서도 측근들과 몇가지 논의를 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바로 잠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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