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머리' 박 전 대통령 전담 미용사 정송주씨 이틀째 방문
편지·꽃 배달 잇따라…인근 초교 학부모들은 자녀 안전 회의
【서울=뉴시스】변해정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로 예정된 검찰 소환에 대응하기 위한 본격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후 1시10분께 검은색 제네시스 승용차량을 타고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다. 2시간여 면담 후 오후 3시20분께 나왔다.
유 변호사는 사저에 드나들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1월15일 박 전 대통령이 당시 검찰 조사를 앞두고 변호인으로 선임한 인물이다.
이날 오전 검찰의 소환날짜 통보가 이뤄지고 서류봉투를 든 남성 여럿이 사저를 오가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으며, 오후 중에는 변호인단이 방문할 것이란 얘기가 나왔었다.
유 변호사에 앞서 박 전 대통령의 사저에 온 외부인은 미용을 담당했던 정송주·매주 자매였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택시를 타고 와 1시간 후 카니발 차량을 타고 떠났다. 정송주씨는 전날에 이어 이틀째 방문한 것이다.
60~70대로 추정되는 여성 지지자 2명이 밤새 사저 앞을 지켰다. 이들은 스티로폼으로 만든 움막 안에서 담요를 덮고 따뜻한 음료를 마셔가며 추위를 피했다. A씨는 "대통령 탄핵으로 우리나라가 공산화될 우려가 있다"며 "돈 받고 (사저 앞에) 온다는 세간의 얘기는 말도 안 된다. 애국하는 마음에서 왔다"고 언급했다.
날이 밝자 태극기를 몸에 두르거나 손에 든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속속 모여들어 오후에는 100여명까지 늘었다.
이들은 사저 앞 골목길 담벼락에 붙어있는 수십 여개 하드보드지에 "우리의 영원한 대통령님 힘내시고 건강 챙기세요", "진실은 밝혀집니다. 끝까지 함께 할거예요", "절대 포기하시면 안됩니다. 부활해야 합니다" 등의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글을 적었다. 장미꽃을 붙이기도 했다.
경남 진주에서 왔다는 50대 추정 여성은 사저 앞에서 바닥을 치며 절을 한 뒤 오열하기도 했다. 흰색 털모자와 분홍색 마스크를 쓰고 선글라스까지 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한 이 여성은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 마마. 억울하고 원통하다. 3일 밤낮을 굶었다"고 외쳤다. 결국 경찰에 의해 5분만에 끌려나갔다.
이날도 대한문 앞 집회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임인 '국민감시단'과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지지자들이 보낸 편지와 꽃·화분이 잇따라 배달됐다. 경호와 안전상 위협이 돼 그간 반려했지만 오후 들어 발송자 확인을 거쳐 사저 안으로 들여보냈다.
한때 친박단체 간 실랑이도 벌어졌다. 오후 2시께 집회 신고 없이 '헌재를 해체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려던 월드피스자유연합이 오전 내내 사저 앞을 지키던 '박근혜지킴이결사대'의 항의를 받은 것이다. 안재철 월드피스자유연합 이사장은 "집회 신고 없이도 기자회견은 할 수 있지만 분란을 일으키기 싫다"면서 기자회견을 철회했다.
간밤에 30대 직장인 2명이 사저 인근에 설치된 박 전 대통령 환영 현수막 2개를 문구용 가위와 칼로 훼손한 혐의(재물손괴)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서울시 종합민원서비스인 '120 다산콜센터'에 불법현수막 철거 요청을 수차례 제기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자 퇴근길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안이 경미한데다 박 전 대통령과 연관된 단체의 소속 회원이거나 전과도 없어 훈방 조치됐다.
사저 인근 삼릉초등학교 학부모들은 학부모 총회를 열어 자녀들의 등·하교 안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삼릉초 녹색어머니회 한마음회 명의로 ▲삼릉초 100m 이내 주변 집회 금지 ▲방송국과 기자들의 불법주차 단속 ▲불법주차 차량의 공회전 단속 ▲학교 앞 흡연 및 음주 단속 등을 요구하는 민원서를 강남경찰서에 제출했다.
경찰은 이날 사저 인근에 4개 중대 270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hjpy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