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최효준)에서 개막한 SeMA Green 2017 '날개.파티(PaTI)'전은 시각디자이너 안상수와 그가 설립한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를 초대했다. '날개'는 디자이너 안상수의 호다.
서울시립미술관이 한국 작가를 세대별로 집중 조명하는 격년제 프로젝트 SeMA 삼색전(三色展)으로 2013년 김구림, 2015년 윤석남에 이은 전시로 순수회화가 아닌 시각디자이너의 전시가 미술관에서 열리기는 처음이다.
전시는 한 사회와 문화의 기본이 되는 문자의 근본 속성을 탐구하고 디자인 교육의 미래를 살펴본다는 취지다.
그의 작품 세계는 ‘문자’에 내재한 여러 시각 요소를 결합하고 반응시켜 우리의 문자 지각을 공감각적으로 확장해준다. 더불어 언어의 상징 의미와 조형 체계가 분리되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안상수의 작가적 정체성은 세계에서 가장 어린 문자인 ‘한글’이라는 우리 문화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와 디자인 작법을 만들면서 시작되었고,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그만의 디자인 언어는 국내만이 아닌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안상수체’는 한글을 네모 틀의 질서 속에서 해방시키고, 오랫동안 한자의 틀에 갇혀 있던 한글을 현대적으로 탈바꿈시킨 첫 시도였다. 문자를 단지 ‘언어에 종속된 기호가 아닌 인쇄된 활자가 지닌 형태적 물성’으로 파악하는 인식의 전환을 보여준다.
가장 최근의 작업 '홀려라'는 캔버스 위에 아크릴로 그린 문자도 작업이다. 디자이너 안상수는 "‘홀려라’는 ‘몰입’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며, '창의는 몸을 던져 홀려야 이뤄질 수 있다'는 'PaTI'의 정신을 담은 구호"라고 설명했다.
안상수의 작품 세계 근간에 ‘한글’이 있다면,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는 ‘문자’와 ‘한글의 창조적 정신’을 중심에 둔, 가장 우리다운 교육을 찾아 실험하고 실천하는 디자인 공동체이자 교육 협동조합이다.
이번 전시에는 파티(PaTI)가 2012년 2명의 학생과 함께 시작한 예비학교를 거쳐 올해 14명의 첫 졸업생을 배출하기까지 축적해온 종합적인 성과와 기록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날개'에서는 1985년 고안된 안상수체의 혁신적인 면모를 살펴보고, 작가가 30여 년간 제작한 타이포그래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분해해 악보처럼 나열한 '도자기 타일', 한글에 민화적 요소를 더해 완성한 신작 '홀려라' 등이 전시됐다.
전시 공간에서 작동하는 ‘현재의 이야기’들은 학교라는 사회, 디자인 작업물의 경제적 순환, 유기적으로 연결된 총체적 교육의 중요성 등 파티(PaTI)를 관통하는 주제를 담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권진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현대사회에서 재고해야 할 교육의 방향성과 공동체적 삶에 복무하는 디자인의 미래상을 논의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5월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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