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에르도안 "네덜란드는 바나나공화국…나치즘 살아 있어"

기사등록 2017/03/13 09:08:15
【이스탄불=AP/뉴시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열린 여성과 민주주의 대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터키와 독일 간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독일 시정부의 터키 장관 연설 집회 불허를 “독일 정부의 나치 관행”이라고 비난했다. 2017.03.06
【서울=뉴시스】오애리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자국 장관들의 입국을 막은 네덜란드를 '바나나 공화국'으로 폄하하면서 보복조치를 주장했다.

 바나나 공화국이란 바나나와 같은 한정된 농산물 수출에 경제를 의존하고 미국 등 서구의 거대자본에 좌지우지되는 부패한 독재정권을 가르키는 표현이다.

 휴리예트,아나돌루통신, B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인근 코카엘리 지방을 방문해 가진 연설에서 "유럽이 (네덜란드에 대해) 뭐라고 말한 적이 있나. 아니다. 왜 그럴까. 그건 유럽 국가들이 서로 물어뜯지 않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바나나 공화국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네덜란드는 물론 유럽 전체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나는 유럽과 기타 지역의 모든 국제기구들이 네덜란드에 대해 제재를 부과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하루 전 언급했던 '나치 잔재'를 또다시 꺼내면서 "나치즘이 끝난 것으로 생각했는데 틀렸다. 나치즘은  서구에 아직도 퍼져 있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가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위협도 했다.

 터키는 일차 보복조치로 자국 주재 네덜란드 대사관과 영사관을 봉쇄한 상태이다. 휴리예트 등에 따르면 친정부 성향 정당들은 네덜란드와의 국교 단절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 역시 12일 프랑스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네덜란드는 파시즘 수도"라며 에르도안 대통령과 같은 맥락의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이날 "네덜란드는 2차세계대전때 나치의 폭격을 받았던 국가이다. 용납할 수없는 말이다"라고 터키의 도발을 강력히 비판했다.

 터키와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스위스 등 간의 갈등은 덴마크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12일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라스무센 총리는 작년 12월10일 앙카라에서 이을드림 총리와 진솔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앞으로 정상적인 환경에서 그를 반가이 맞이할 것"란 말로 정상회담 취소를 공식화했다. 또한 터키에서 민주주의 원칙이 상당한 압력을 받는 사태 추이를 큰 우려를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터키 정부는 오는 4월 16일 개헌안 국민투표를 앞두고 지지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각료들을 터키 교민이 많이 살고 있는 유럽 곳곳에 보내 각국과 외교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지난 해 실패한 쿠데타를 기회 삼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사실상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터키 개헌안의 핵심은 대통령 중심제이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숙원 사업으로, 터키의 권력 구조를 의원내각제에서 속칭 '제왕적 대통령제'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11년간 총리를 역임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10년 국민투표로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을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꾼 다음, 2014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중심제 개헌을 추진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지난 해 7월 쿠데타 진압 후 개헌을 신속히 추진했다.

 개헌안에 따르면, 기존 총리직은 폐지되고 대통령이 부통령과 장관을 모두 임명한다.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1회에 한해 중임이 가능하다. 또 대선과 총선은 동일한 날 열려 여당이 원내 1당까지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개헌안에 따르면, 대선과 총선이 2019년 같은 날 개최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신 헌법에 따라 치르는 2019년 대선과 2024년 대선에서 모두 승리하면, 2029년까지 장기집권할 수도 있다.

aer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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