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불복, 대선주자간 입장차 "비판 vs 침묵"

기사등록 2017/03/13 00:09:47 최종수정 2017/03/13 08:42:44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앞에서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을 비롯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7.03.12.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정윤아 기자 = 청와대 관저에서 퇴거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하며 사실상 헌법 재퍈소의 파면 결정을 불복하는 듯한 입장을 취한 것과 관련, 대선주자들은 12일 약간의 온도차가 있는 반응을 나타냈다.

 먼저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에 불복하는가.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한다"며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결정에 불복한다면 국기문란 사태"라고 비난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모든 결과를 안고 가겠다'면서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말해 헌재 판결에 흠결이라도 있는 듯이 언급했다"며 "헌재판결을 수용한다는 명백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헌법과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며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역시 민주당 대선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박 전 대통령이 불행해진 이유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며 "탄핵이 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음에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안 지사는 그러면서 "민의에 불복하는 자세를 버리고 진솔한 사과와 승복의 메시지를 직접 발표하기를 국민과 함께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는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은 헌재의 결정이 진실을 근거로 하지 않았고 자신은 헌재 판결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명백히 선언한 것"며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속시키고 계속 싸워야 할 명분을 줬다"고 비난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발표 후 엘레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하루빨리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7.03.12.  bluesoda@newsis.com
그는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분열과 갈등, 대립으로 대한민국을 몰아가고 있다"며 "잘못을 저지른데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묻지 않으면 진정한 통합을 할 수 없음을 박 전 대통령이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진실을 밝히는 길은 검찰에 출석해 성실히 수사를 받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대열에 섰다.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은 오늘 또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헌법과 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헌법을 수호할 의지도 보이지 않아 국민으로부터 파면당한 박 전 대통령은, 헌재 결정에도 승복하지 않고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안 전 대표는 그러면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해서 진실을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대국민 사과, 헌재판결에 승복하는 모습을 통해 화합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역할이 아니었을까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한국정치사에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며 국민들에 대한 사과대신 일부 지지자 결집을 위한 '대국민 투쟁선언'을 했다"며 "우리 국민들은 마지막 도리마저 저버린 박 전 대통령을 '가장 고약한 대통령'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원색 비난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03.10.  yesphoto@newsis.com
반면 보수진영의 대선주자들은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거나 공식입장 표명을 피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오늘은 더 언급하지 않겠다"며 "정론관에서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에게 승복하라고 강조했던 입장 그대로이고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오늘은 공식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다. 드릴 말씀이 없다"며 "양해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바른정당 주자들이 직접적 언급을 피한 것은 다분히 박 전 대통령의 지지층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는 바른정당 입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 지지층도 흡수해야 하는 상황인데, 만일 박 전 대통령과 또 척을 지는 발언을 할 경우 이들 지지층에게 정치적 공격을 받게 될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 경우 보수의 적통을 놓고 경쟁하는 자유한국당에게 계속 뒤처지게 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듯 하다.

 하지만 향후 여론 추이가 박 전 대통령에게 계속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바른정당도 다른 야권과 함께 비판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은 있다. 때문에 일단 직접적 비판은 자제한 채 상황 변화를 지켜보자는 소극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뒤 자유한국당 친박계 의원들과 전직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헌재 판결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사실상 불복을 한 것으로 읽혀 논란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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