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국경조정세(a border adjustment tax)' 도입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는 가운데 독일 메르켈 총리는 이 세금 제도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한 사실상의 '보호 관세'로 규정하고, 강력한 맞대응을 경고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독일의 시사주간지인 슈피겔을 인용해 독일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의 국경조정세 대응방안을 가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오는 14일 미국 워싱턴으로 건너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미 상원이 입법을 준비 중인 국경조정세는 해외로 나간 미국 기업을 다시 미국으로 유턴하게 하기 위한 세금제도다. 미국 기업이 들여오는 수입품에 세금을 물리되, 수출품에는 과세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무역 역조를 해소하고, 해외로 나간 기업을 불러들이며, 세수를 늘리는 것이 그 목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경조정세 입법을 오는 8월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앞서 지난 3일 미국 CNBC방송에 출연해 국경조정세에 대해 “재정 균형을 이루기 위한 한 방법일 수 있다”며 호의적 반응을 보인바 있다. 국경조정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유세 과정과 당선 이후 중국, 멕시코를 상대로 경고해온 고율의 ‘국경세’와는 다른 제도다.
독일의 슈피겔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14일 정상회담에서 제시할 맞대응 카드에는 ▲미국 기업들이 독일에 수출하는 완제품에 고율의 누진관세(incrementally higher duties)를 부과하고 ▲독일 기업들이 미국에서 들여와 조립한 뒤 수출하는 수입 부품에 대해서는 세금을 공제해주는 내용이 두루 포함됐다. 독일에서 판매되는 미국산 제품의 가격은 끌어올리되, 독일 기업들의 수출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에 매기는 세금은 줄여 국내외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독일은 아울러 법인세 인하도 저울질하고 있다. 독일의 법인세율은 30.2%로 미국의 38.9%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메르켈 총리는 특히 이번 정상 회담에서 미국의 국경조정세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9월 네번 째 총리 연임을 결정할 총선을 앞두고 있는 메르켈 총리 입장에서는 자신과 기독민주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며, 퇴로가 없는 상황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한편, 독일은 지난해 미국과 교역에서 국내총생산(GDP)의 8%에 달하는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1월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2012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로 확대된 바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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