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11시20분께 헌재는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1층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대통령을 파면한다"고 선언했다.
이를 서울역 대합실에서 TV와 스마트폰 등으로 지켜보던 시민들 300여명 중 대다수는 손뼉을 치며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반기는 분위기였다. 열차 탑승을 위해 이동 중이던 시민들도 이어폰을 꽂고 박 대통령 파면 소식을 접했다.
부산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 대합실에서 뉴스를 지켜본 박송이(26·여)씨는 "헌재 발표를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씨는 "5월 중으로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고 들었다"면서 "다음 대통령은 국민이 탄핵을 끌어내고 결정을 기다리는 일이 안 생기도록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좋겠다"고 했다.
가장 큰 환호와 박수가 나온 곳은 전국철도동조합이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등을 주장하며 서울역 대합실에 임시로 마련한 스크린 앞이었다. 대합실 TV는 음성이 지원되지 않아 조합원 외에도 100여명에 가까운 시민이 철도노조가 설치한 스크린 주변에서 탄핵심판 선고를 기다렸다.
철도노조 조합원 류경수(41)씨는 "조합원들 사이에선 8대0을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실제로 결과가 그렇게 나오니까 좋아 죽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해 그는 "박근혜정부가 철도민영화 대신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노조간부 89명을 해고시켰다"며 "노동정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환호 속에서 향후 시국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리수술을 위해 서울에 들렀다 집인 경남 양산으로 가기 위해 열차를 기다리던 김진수(66)씨는 "탄핵 결정이 생각보다 빨리 나와 다행"이라며 "만장일치 의견이 나온 만큼 모든 국민이 다시 안정을 되찾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파면된 주된 원인을 묻는 말에 김씨는 "식당을 운영하는데 얼마나 먹고살기가 힘든지 모른다"며 "하루빨리 경제를 안정화해 먹고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정부가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했다.
스스로 박 대통령 탄핵에 중립적인 입장이었다고 한 추헌효(73)씨는 "박 대통령 이후 조용한 나라였던 적이 드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찬성과 반대를 떠나 이번 정국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자기 주장을 자기가 펼칠 수 있다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정치인들도 국민을 자극하는 파당적인 정치보다 조용한 나라를 위해 국민들 목소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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