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은 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총선으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넥시트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네덜란드는 다당제인데 대다수 정당이 EU를 지지한다. 집권 자유민주당(VVD)의 마르크 뤼테 총리는 넥시트 국민투표는 '완전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경고했고, 의회에 진출한 정당 대부분이 여기 공감했다.
현재로서 EU 탈퇴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정당은 PVV와 반 EU 성향의 포르 네덜란드(VNL) 등 뿐이다. 이들 모두 총선 '압승'은 어려운 상황이다. 여러 당으로 구성된 연립 정부가 EU 탈퇴를 지지할 가능성은 낮다. 이번 총선에서 누가 제1당이 되든 연립 정부에 참가한 다른 정당들을 설득해 넥시트를 강행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경제 면에서도 네덜란드는 EU에 머무는 게 유리하다. 네덜란드에는 유럽 최대 무역항인 로테르담이 위치한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네덜란드가 EU를 빠져나온다면 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네덜란드가 EU를 탈퇴할 경우 2년 안에 경제 규모가 약 10%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 분야가 센 영국과 달리 유럽의 교통 요충지로 불리는 네덜란드는 무역을 포기할 수 없다.
네덜란드는 지리상 독일을 해상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넥시트 사태가 발생하면 EU 시장의 관문으로 통하는 네덜란드 항구들은 중요성을 잃는다. 현지 학자들은 "우린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입을 모은다.
영국은 EU 안에서도 자체 통화인 파운드를 버리지 않았지만 네덜란드는 유로화를 사용한다. 여론조사상 네덜란드인 78%가 과거 통화인 휠던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유로화를 선호한다고 나타난다.
네덜란드는 EU 조직과도 죽이 잘 맞는다. EU 운영 방식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촉구하면서도 EU 내부적으로 꽤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U 집행위의 프란스 팀머만스 부위원장은 네덜란드인이다.
법적으로 넥시트 추진이 어렵기도 하다. 현행 헌법은 EU 회원 자격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민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상하원 합의 아래 임시 법을 제정해야 한다.
물론 넥시트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못박을 순 없다.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의회에서 국민투표 추진을 위한 요건이 변경되는 상황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서방에서 부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바람도 무시할 수 없다.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유럽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갈수록 득세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가 마우리스 드 혼드는 EU 문제에 대해선 네덜란드 유권자들도 소득, 교육 수준에 따라 의견이 갈린다고 설명했다. 저학력 투표율이 압도적으로 높으면 넥시트를 가능케할 환경이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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