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자살, 분신 시도, 손가락 자해 혈서, 기자·경찰 폭행도
촛불 측은 "탄핵 기각 시 총파업, 농기계 시위 등 강력 투쟁"
전문가들 "통제불능 상황 우려…사회적 대타협 필요"
"정치권 '헌재 결정 승복' 공동성명 발표하고 대국민 호소해야"
【서울=뉴시스】박영주 심동준 이재은 기자 = 대한민국이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졌다.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 심판이 다가오면서 탄핵 찬반 세력 간 감정적 대립이 절정에 달한 분위기다.
양측 모두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이라 헌재 선고 후 극심한 국론 분열이 우려된다. 더욱이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정치인들마저 집회에 가세해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탄기국 정광용(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중앙회장)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집회에서 "악마의 재판관 3명이 있다. 이들 때문에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다. 어마어마한 참극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강일원 탄핵심판 주심에 대해 "헌정 전체를 탄핵하려 한다. 정당한 절차가 없으면 대한민국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당신들 안위도 보장 못한다"고 위협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 김평우 변호사는 지난 1일 집회 연단에서 "오만한 법관들에게 '예. 무조건 승복합니다' 이렇게 말해야만 선량한 국민이란 말인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불복을 선동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대통령도 지키지 못하면서 그걸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있겠나. 그래서 제가 성명서를 써서 서명을 받고 탄핵반대를 당론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발언했다.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참가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 1월 박사모 회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60대 남성이 휘발유통을 들고 분신을 시도하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1일에는 50대 남성이 도끼로 손가락을 자해한 뒤 '대한민국만세', '나는 멈추지않는다'는 내용의 혈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탄핵 찬성인 촛불집회 측에서는 헌재에 대한 극언이나 테러 위협 같은 언행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탄핵 기각시 불복하겠다는 의사는 내비치고 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은 지난 1일 "탄핵이 기각되면 총파업과 농기계 시위, 동명휴업 조직 등 강력한 항의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포했다.
야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난 25일 촛불집회에 참석해 "탄핵이 기각돼도 승복할 게 아니라 끝까지 싸워 박근혜를 퇴진시키자"고 불복 입장을 뚜렷이 드러냈다.
양측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서로를 향해 '촛불 좀비', '아스팔트 할배'라고 막말을 퍼붓는 등 세대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헌재 선고 이후 물리적 충돌 등 극단적인 상황까지 우려된다며 결과에 승복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치권이 앞장서서 시민사회의 중심을 잡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정치인과 집회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양극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며 "이들이 앞에 나서서 헌재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고 선동하는 행위는 사회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고 이후 테러 등 통제 불능 사태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상황에서 유일한 방법은 여야 대선 주자들과 각 당 원내대표가 모여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국민에게 자제를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탄핵이 인용된다는 가정 하에 친박(친박근혜)단체의 극단적인 성격이 한시적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핵이 인용된다면 친박단체의 극단주의는 심화될 것이다. 대선 투표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이들의 규모가 외형적으로 커질 가능성은 적어보인다"고 전망했다.
전 교수는 "친박단체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대처가 필요하다. 공권력을 내세워 강압적으로 제압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극단적인 행동에 상응하는 극단적인 처방은 극단성을 강화시킨다"면서 "장기적으로 보면 상황이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들에게 굳이 빌미나 에너지를 부여해 자극할 필요는 없다. 빌미를 주지 않는 차원에서 질서 유지를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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