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바이오 분야에서 동물실험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등과 같은 미개척 분야의 신약개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약을 개발하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을 투약했다가는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임상시험 전에 동물실험을 통해 독성 실험이나 안전성 평가를 진행한다. 인간에게 직접 하기 어려운 신약 테스트를 동물이 대신하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실험동물 시장 규모는 현재 11억 달러로 새로운 질환모델동물이 개발됨에 따라 오는 2018년에는 18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시장은 6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질환모델동물은 질병 연구나 의약품 개발을 위해 유전자를 조작해 선천적으로 암, 당뇨 등 인간의 질병과 유사한 질병에 걸리도록 만든 동물을 말한다. 쉽게 말해 특정 질환 연구에 특화된 실험동물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26개 동물실험시행기관에서 사용한 실험동물은 287만8907마리로 전년보다 13%나 늘었다. 이 가운데 쥐, 햄스터 등 설치류가 263만2964마리로 전체의 91.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개, 고양이, 소, 돼지 등 포유류는 2만8872마리로 전년(3만7417마리)보다 22.8% 감소했다.
실험동물 가운데 쥐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저렴하고 사람과 유전자가 95% 가량 동일하기 때문이다. 또 쥐는 번식이 빨라 신약 등 독성 시험시 후손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데 용이하다. 쥐는 한 번에 5~10마리의 새끼를 낳는데 이 새끼가 다시 새끼를 낳는데는 9주밖에 걸리지 않는다.
실험용 쥐의 가격은 마리당 3000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른다. 일반 실험용 쥐는 마리당 3000~5000원 가량이고, 질환 모델 실험쥐는 마리당 2~3만원부터 시작한다.
질환모델 실험쥐는 '인간화 마우스'라고도 불린다. 사람에 가까운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 검증이나 안전성이 높은 의약품 개발에 유용하다.
질환모델 실험쥐의 가격은 유전자 조작 기술에 따라 다른데 당뇨병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변형을 거친 이른바 '당뇨 쥐'는 35~40만원 가량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간이 이식된 쥐는 400~500만원이다. 형질전환 쥐는 4000만~8000만원에 이른다.
개는 주로 비글이 사용된다. 온순하고 고통을 느껴도 금방 잊어버리고 사람을 잘 따르기 때문이다. 소화제 등의 신약 제품이나 샴푸, 가습기살균제 등의 화학제품 유해성 실험에 사용된다.
원숭이는 인간과 생리·심리적 특성이 가장 가깝기 때문에 뇌신경과 소아마비, 백신 검정 등의 연구에 주로 활용된다.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실험을 종료한 동물은 안락사 해야한다. 최근에는 신약 실험 등을 위해 무고한 동물이 잔인하게 희생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윤리적 논란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물 실험이 잔인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안전성 검증 없이 사람에게 투여할 경우 치명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연구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가장 활발한 분야는 3D바이오프린팅이다. 3D바이오프린팅으로 출력한 신장과 혈관, 간 등의 인공장기를 신약개발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 벤처 '오가노보'는 3차원(3D) 바이오 프린터를 이용해 신약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간 조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실제 간과 유사한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출력한 인공장기 간을 독성시험에 사용할 수 있다.
미국 웨이크포리스트 재생의학연구소(WFIRM) 앤서니 아탈라 교수팀은 3D 바이오프린팅으로 간, 심장 등 인공 장기를 만든 뒤 이들을 서로 연결해 '인공 신체'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장기의 최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오가노이드'로 불리는 초소형 장기다.
올해 2월부터 화장품에 동물실험이 금지되면서 관련 연구도 활발하다.
최태현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은 최근 표피와 진피, 혈관으로 이뤄진 사람의 피부와 거의 유사한 인공 피부인 '피부모델 마이크로칩'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약물을 주입했을 때 각 피부층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동물시험 대체제는 아직 상용화된지 얼마 되지 않아 실험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은 데다 동물실험에 비해 정확도가 낮은 경우도 있어 앞으로의 숙제로 남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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