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개,돼지" '내부자들', 어떻게 '천만 영화' 됐나

기사등록 2017/03/01 10:06:31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감독판까지 92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흥행 신기록을 세운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을 파헤진 책이 출간됐다.

 '천만 영화를 해부하다' 평론 시리즈 첫 번째인 '내부자들'이다.

 조우호 덕성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 유봉근 연세대학교 미디어아트연구소 전문연구원, 김형래 한국외대 독일어과 교수 등 21세기 미디어문화의 성격과 트렌드를 연구해온 '한국미디어문화학회' 필진 9명이 관객들의 열렬한 관심을 얻은 한 편의 영화에 대한 다양한 담론의 장을 마련했다.

 영화 '내부자들'이 흥행을 거둔 요인 분석은 물론, '미디어로서의 영화'라는 시각으로 영화의 윤리적 기능과 '대중예술로서 한국영화'에 대한 미학적 해석을 곁들인다.

 특히 실제 현실에서 고위공무원의 입에 오르내려 파문을 일으켰던 '내부자들' 속 이강희의 대사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펼친다.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라는 그의 대사는 필자들에게 "대중은 미디어에 노출되고 반응하는 수동적 존재인가, 인식하고 행동하는 능동적 존재인가?"라는 논의를 촉발시켰다.

 "내부자들의 내면의 파편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어도 외부자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들의 폭압적 인식을 도려내고 치유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빠르게 형성된다."(유봉근) "민중이 개, 돼지인지 희망의 촛불인지는 우리 사회 개개인들이 스스로 선택할 문제다"(조우호) "영화가 알아서 관객들의 카타르시스 정도까지 조절해주는 한, 이 영화를 통해 (대중의) 진취적이고 능동적인 정치적 관심을 끌어내기란 쉽지 않다"(조수진) 등의 논의로 확장된다.  

 이와 함께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안상구의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하자"라는 대사를 두고 "권력의 언어와 규범을 뒤집는 패러디"(박영기)라는 해석을 시도하는가 하면, "보도매체를 통해 경험한 사안들을 감각적인 대사와 이미지, 연상기법을 통해 픽션과 실제 사이를 오가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이숙경)라고 평하기도 한다.

 "윤태호의 원작만화에서 이상업이 자신이 처한 현실세계와 돈벌이 안 되는 인물로 그려진다면, 우민호의 영화에서 우장훈 검사로 분한 조승우의 격렬하고 열정적인 연기는 이러한 새로운 인물을 더욱 현실적으로 느끼게 해준다"(천현순)는 분석도 있다.

 '내부자들'이란 제목이 가지는 유의미한 해석을 이끌어내는 대목 또한 눈길을 끈다. "줄거리로 보자면 (내부자는) '내부고발자'를 말한다. (…) 내부 사람들이 비리의 카르텔로 담합을 하면 내부의 고발자가 생길 수 없고 혹 있더라도 그 고발은 무력화되기에 십상이다. (…) 권력의 핵심은 '권력의 내부자'임을 보여준다"(조우호)라는 것이다. 160쪽, 9000원, 연극과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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