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행촌동 사직터널 북쪽에 있는 '딜쿠샤(Dil Kusha)'는 3·1운동과 제암리학살 등을 세계에 알린 AP통신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Albert Taylor·1875~1948)가 살던 집이다. 1923년 준공된 서양식 가옥이며, 힌두어로 '이상향', '희망의 궁전'이란 뜻이다.
시는 이곳을 원형대로 복원해 2019년 시민에게 개방하기로 하고 지난해 2월26일 기획재정부, 문화재청, 종로구 등과 '딜쿠샤의 보존·관리·활용을 위한 합의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업무협약을 체결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딜쿠샤 원형 복원 및 개방 계획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딜쿠샤는 현재 정부 소유로 기획재정부가 관리를 맡고 있다. 그런데 거처가 없는 저소득층이 한집두집 들어와 살던것이 12가구로 불어났고 지난달까지 이들중 3가구가 주거지를 옮겼다.
또한 이달중 2가구가 집 계약을 마치고 떠나면 나머지 7가구(13명)가 남게 된다.
하지만 무단 거주자의 대다수가 장애인 등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인데다 일부는 보상대상도 안돼 서울시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로 미이주 가구중 한가구는 자기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면서 무단으로 딜쿠샤를 점유한뒤 취약계층에 불법으로 임대해 취약계층 지원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태다.
시 관계자는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경우 시의 지원정책에 따라 형평에 맞게 지원하고 있다"며 "나머지 가구들도 자치구와 협의해 옮길 수 있는 임대주택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딜쿠샤는 안전에 이상이 있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업무협약 체결후 1년이 넘었지만 해당 조치들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가 계획대로 2019년 3월1일까지 원형 복원 작업 등을 완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시는 중구 신당동의 故 박정희 전 대통령 가옥을 복원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가옥은 딜쿠샤와 마찬가지로 1930년대 건축됐다.
당시 복원공사는 2010년 1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1년이 걸렸다. 딜쿠샤를 2019년 100주년 3·1절 전에 개방하려면 늦어도 내년 3월 이전까지 이주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한다.
이에 시는 올해부턴 이주 문제 해결과 원형고증작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택했다.
시 관계자는 "(무단 거주자들이) 나가야 모든 절차를 추진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나가기 전이라도 학술적으로 어떤 원형이었는지 따져보는 원형고증과 안전보강 작업 등은 조사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했다.
남은 무단 거주자들에 대해선 시 갈등조정담당관이 이주 대책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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