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종료]화제 만발 90일…압권은 미화원 "염병하네" 일갈

기사등록 2017/02/27 14:04:41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19일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특검 수사를 응원하는 꽃바구니가 배달되고 있다. 2017.01.19.  photocdj@newsis.com
시민들, 꽃바구니·포스트잇 통해 특검 열렬 응원
"염병하네" 발언 아줌마, 촛불 집회 무대 서기도
사무실 주변, 촛불·태극기·1인시위 등 각양각색
특검 퇴근시간 오후 10시…수사기간 '금주' 원칙

【서울=뉴시스】임종명 기자 =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은 수사 이외의 부분에서도 많은 이슈를 남겼다.

 특히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특검에 출석하면서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고함을 칠 당시 이를 지켜보던 청소아줌마가 홧김에 내뱉었던 '염병하네'는 90일의 수사 기간 중 국민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구속영장 잇단 불발에 '특검, 힘내라' 응원  

 특검팀이 법원에 청구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난달 19일부터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에는 시민들의 응원 물결이 밀려왔다.

【서울=뉴시스】신태현 기자 =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 앞에서 한 시민이 특검을 응원하는 메모를 벽에 붙이고 있다. 2017.01.20.  holjjak@newsis.com
 건물 1층 하얀 벽면에 '특검 힘내라', '박영수 특검 필승' 등의 글귀가 적힌 포스트 잇이 붙기 시작했고 꽃바구니 배달도 끊이지 않았다.

 같은 달 21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구속됐을 때에는 특검 사무실 건물 앞에 꽃바구니가 줄을 이을 정도였다. 이달 17일 이 부회장이 구속됐을 때에도 꽃바구니가 눈에 띄었다.

 특검 건물 관리인은 "꽃바구니나 선물이 와도 특검팀이 받질 못한다"며 "정중히 거절하고 돌려보내려 해도 시민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찾아와 두고 가다보니 막을 겨를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특검팀이 돋보이는 수사 성과를 발표한 당일이나 그 다음날이면 시민들은 이른바 '뻗치기'(현장에서 취재 대상을 무작정 기다리는 취재방식)를 하고 있는 취재진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촬영 이후엔 특검팀을 향해 "특검 화이팅" 등의 응원 구호를 외치고 돌아가곤 했다.

 ◇분통 한마디 "염병하네"…청소아줌마 '스타 탄생'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분노를 표출한 덕분에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물도 있었다. 특검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의 여성 청소 노동자 임모씨의 이야기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설 명절 이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첫 촛불집회가 열린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특검 출석 당시 '염병하네'라고 외친 청소노동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17.02.04.  scchoo@newsis.com
 임씨가 반짝 인기스타가 된 것은 지난달 25일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특검에 강제구인 됐을 당시 내뱉었던 발언 때문이다.

 당시 최씨는 법무부 호송차에서 내린 뒤 취재진을 향해 "여기는 더 이상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마구 소리쳤고 이에 화들짝 놀란 임씨는 "염병하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이러한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시민들은 '사이다'(사람 속 시원할 정도로 말해주는 것) 발언이라며 임씨에게 박수를 보냈다.

 임씨는 이달 4일 제14차 촛불집회에서 무대 위에 올라 '염병하네' 삼창을 하는 등 다시 한번 사이다 발언을 했다. 임씨를 마주한 시민들은 환호를 쏟아냈다.  

 그는 "평소 화가 나면 습관처럼 외치던 말인데 이 말이 이렇게 커질 줄을 미처 몰랐다"며 "너무나 화가 나서 소리쳤는데 여러분들 속을 후련하게 해줬다니 제 스스로 기쁘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00만원 남짓 받는 월급에서도 떳떳이 세금을 냈고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국민들의 세금이 다 어디로 가는 건가"라며 "한두 사람 배 채우려고 우리가 이리 고생해야 하는 건가. 정말 억울한 건 나인데, 우리 국민인데, (최순실씨가) 억울하다고 외치는 모습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각양각색 특검 사무실 주변 상황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 앞에서 박사모를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오직 정의와 진실이 이길 수 있도록 선동과 왜곡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대집회'를 열고 있다. 2017.01.07.  stoweon@newsis.com
 국정농단이라는 사상 초유 사건의 수사를 맡은 특검팀 사무실 주변에는 매일 각양각색의 장면들이 연출됐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특검을 응원하며 집회 및 1박2일 행진을 위해 모이는가 하면 탄핵반대 단체가 '특검 해체'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갈수록 잦아졌다.

 법무부 호송차가 오가는 특검 건물 3층 주차장 앞에는 재벌 총수 구속 수사를 촉구하거나 삼성 외 대기업의 비리를 고발하는 등 1인 시위자들이 끊이지 않았다.

 특검팀을 응원한다며 매일 같이 사무실 앞을 찾아와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는 시민도 자주 목격됐다.

 특검 건물 앞 편의점은 시간싸움에 쫓기는 취재진이 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특검 PX'로 자리매김했다. 매일 아침이면 김밥, 샌드위치류가 부족하기 일쑤였고 한 잔당 1000원대인 커피는 대박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인근 식당들도 때 아닌 특검 특수를 노렸다. 특검 사무실 인근 식당에는 기존 직장인들 외에 110여명의 기자들이 더해지면서 끼니 때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맛집으로 유명한 한 식당은 특검 사무실이 가동된 뒤부터 보통 30~40분이던 대기시간이 1시간을 넘어가기도 했다. 이 식당은 오전 11시20분께부터 10여팀이 넘는 대기손님으로 가득했다.

 특검팀 공식 퇴근시간이 오후 10시였다는 설도 있다. 수사관들은 업무가 끝났어도 이 시간까지 사무실에 남아 다른 일처리를 한 뒤 퇴근했다고 한다. 또 특검팀은 공식적으로 '금주'를 원칙으로 했다.

 jmstal0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