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펜 대표는 5일(현지시간) 중부 리옹에서 지지자 약 4000명이 모인 가운데 성대한 대선 출정식을 열었다. 그는 자신의 리더십 아래 프랑스 국익 만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르펜 대표는 작심한듯 반 세계화 발언을 쏟아 냈다. 그는 '아래로부터의' 세계화가 무분별한 이민을 촉발했고, 국제금융이 주도한 '위로부터의' 세계화는 프랑스에 부당한 긴축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르펜 대표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대해 "불가능하던 일들이 갑자기 가능해 졌다"며 "다른 나라들이 우리가 나아갈 길을 보여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 국가의 자각은 역사적 일이다. 한 시대의 종말을 보여준다. 역사의 바람이 바뀌고 있다"며 "낡은 좌우 대립은 끝났다. 애국주의와 세계화주의 사이 새로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르펜 대표는 세계화와 이슬람주의를 프랑스 예속을 꾀하는 '두 가지 전체주의'라고 규정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에 발을 맟춰 프랑스도 '세계'가 아닌 '자국'에 최선인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르펜 대표는 144개 공약을 함께 제시했다. ▲ 취임 6개월 내 EU 탈퇴 국민투표 추진 ▲ 프랑화 재도입 ▲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 ▲ 프랑스 국적자 복지 확대 등이 핵심 내용이다.
서방 언론들은 르펜 대표의 극우 몰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포퓰리스트 르펜이 트럼프처럼 과격한 사회 변동이 시급하다고 촉구하며 디스토피아(어두운 미래상)를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르펜 대표는 '오 농 뒤 푀플'(Au nom du peuple. 국민의 이름으로)'이라는 구호로 이들의 표심을 파고 들었다. 그는 "난 우파의 돈도 좌파의 돈도 거부한다. 나는 프랑스 국민의 후보"라고 강조했다.
독일 도이체벨레 방송은 르펜 대표의 이날 연설에서 미국과 영국의 성공적인 포퓰리즘 지도자들이 사용해 온 분열을 조장하는 선거용 수사가 대거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벨레는 르펜 대표의 공약에서 극우 세력이 전통적으로 주창해 온 사형제 재도입은 생략되고, 연금 인상과 상속세 인하 등 고령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정책이 제시됐다고 주목했다.
영국 텔레그레프는 르펜 대표가 1차 투표 선두로 결선에 진출해도 당선은 어렵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다면서도, 이번 대선은 지난 수십년 사이 프랑스에서 열리는 가장 예측불가한 선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르펜 대표는 미국에서 트럼프 당선을 이끈 국수주의 세력이 자신에게도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고 장담했다며, 르펜 지지층은 트럼프 당선과 브렉시트 이후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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