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러는 또다른 '스티븐' 배넌 수석 전략가 겸 고문과 함께 트럼프의 '양대 책사'로 꼽힌다. 둘 다 극우에 가까운 정치관을 가지고 있다.
최근까지 만해도 트럼프의 연설문 작성자로 주로 알려졌을 뿐, 언론들로부터 "하는 일이 정확히 뭐냐"는 지적까지 받았던 밀러는 배넌과 함께 반이민 행정명령을 밀어부친 막후 인물로 드러나면서 백악관의 실세로 자리잡고 있다.
31일(현지시간) CNN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밀러가 비밀리에 지난 수개월간 반이민 행정명령을 준비해왔다고 보도했다. 밀러는 배넌과 함께 트럼프를 위해 반이민 행정명령의 틀을 만들고 다듬었는가하면, 주무부서인 국토안보부 등과 사전 논의없이 행정명령을 기습적으로 터트리는 전략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많은 공화당 의원들 조차 CNN과의 인터뷰에서 논란 많은 행정명령이 의회 및 주무부서와의 논의과정조차 강행된 데 대해 밀러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밀러는 지난 30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미국을 진짜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의 입국을 확실히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있다.
십대시절부터 보수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밀러는 미국 대선 경선 초기인 지난 해 1월부터 트럼프를 근거리에서 보좌해왔다. 그는 지난 해 텍사스 유세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 "오늘 날 이 나라는 모든게 다 잘못됐다. 도널드 트럼프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말할 정도로 트럼프에 대해 맹목적인 정도로 지지와 충성을 바쳐왔다.
밀러와 고등학교 동창인 에이드리언 카리마 변호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밀러가 샌타모니카 고등학교의 진보적인 분위기 속에서 '나홀로' 보수주의를 부르짖어 당시에도 유명했었다면서 "이민에 대한 그의 견해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이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강화됐다"는 것이다.
카리마에 따르면 밀러는 고등학교 재학시절 정치 관련 과목 수업 때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폈고, 선생님들에게 대들었는가 하면 , 때론 학교 전체와 맞서 싸우기까지 했다. 카리마는 "그는 자신의 역할을 아메리카니즘 수호로 봤다"며 "영어 사용 의무화(English-speaking first)를 밀어부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밀러는 16살 때인 2002년에 샌타모니카 룩아웃의 오피니언 면에 기고한 장문의 글에서 "학교가 모든 공지사항을 스페인어와 영어로 작성하게 해 영어를 못하는 (히스패닉계) 학생들에게 '목발(특혜)'을 제공했다"고 비난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런가하면 학교 신문에 기고한 글에선 2001년 9.11테러 당시 학교 측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군사적 보복 대응을 비판하고 비폭력을 설교했다고 비판하면서, "오사마 빈 라덴이 샌타모니카 고등학교에 오면 환영 받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밀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듀크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도 관용적인 이민정책, 다문화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학교 신문에 기고하곤 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 실에 들어가 보좌관으로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했고, 존 셰이데그 하원의원의 홍보 책임자를 거쳐 법무장관 내정자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트럼프 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세션스의 홍보 책임자로 활동했다.
세션스 상원의원을 위해 일했을 당시에도 밀러는 보수적 이민정책에 관한 정책틀을 만드는 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션스가 상원의원들 중 맨 처음으로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던 데에도 밀러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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