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나바로, 中日獨 환율정책 '비난'…외환시장 요동

기사등록 2017/02/01 14:24:55 최종수정 2017/02/01 14:35:57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제약회사 대표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 약값이 천문학적으로 비싸다면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02.01.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미국이 세계 주요 경제 강국들의 환율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중국과 일본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맹비난했다. 같은 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독일이 “극도로 저평가된 유로화(grossly undervalued euro)”를 통해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처럼 중국과 일본, 독일 등 세계 주요 경제 강국들의 환율정책을 줄줄이 문제 삼고 나선 것은 향후 이들 국가들과 추진하게 될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사전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FTA) 재협상 방침을 선언하는 등 다자간무역협정 보다는 양자 간 무역협정을 선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일본 교도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제약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 이들은 평가절하를 통해 시장을 농락했고, 우리는 얼간이들처럼 이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they play the devaluation market and we sit there like a bunch of dummies)"라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오는 10일 열리는 미국과 일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엔화 환율 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같은 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독일의 환율 정책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독일이 “극도로 저평가된 유로화(grossly undervalued euro)”를 통해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바로 위원장은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유로화는 사실상 암묵적으로 독일 마르크화(implicit Deutsche Mark) 같다”며 독일이 유로화 약세를 이용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서울=뉴시스】
 독일은 미국 및 유로존 회원국들과의 교역에서 큰 흑자를 보고 있다. 지난 수년간 EU와 미국 사이에서 무역 갈등을 일으킨 원인이다.

 FT는 나바로 위원장의 이 같은 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행정부가 무역협상에서 환율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차례 걸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앙렐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은 유로화에 영향을 줄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메르켈 총리는 같은 날 스톡홀름에서 가진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은 항상 유럽중앙은행(ECB)의 독립성을 지지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나바로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으로 외환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엔화의 가치는 급등했다. 1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오전 8시57분쯤 달러당 112.72~112.73엔으로 거래됐다. 호주 시드니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달러당 112.85~112.95엔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최저치다.

 달러가치는 급락세를 보였다.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급기야 100선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3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인덱스는 99.57를 기록했다. 전일 대비 0.80%나 추락한 것이다. 달러 대비 유로화는 1.0794달러에 거래됐다. 전날의 1.0697달러보다 급등한 것이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는 1.2575달러로 전날의 1.2484달러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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