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은 31일(현지시간) 전 지하드 활동가, 테러 전문가의 말을 인용, IS가 트럼프의 7개국 입국금지 행정명령을 모집용 선전도구로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명의 전 지하드 활동가 아부 압둘라는 이날 CNN에 “이란, 이라크, 시리아, 수단,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의 시민권자와 이민자에 대한 미국 비자 발행을 금하는 행정명령은 IS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며 “트럼프 행정명령은 IS 가입을 주저했던 사람으로 하여금 (미국이) 모든 무슬림에 대한 전쟁을 벌이고 있음을 확신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행정명령이 “IS의 선전도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 지하드 활동가로 시리아에서 알 누스라 전선에 가입했었던 영국인 아부 아바이다 또한 이날 CNN에 IS가 정확히 원하는 바는 서방에 사는 무슬림들에 대해 틈새공략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IS가 기본적으로 트럼프를 선전도구로 삼아왔는데 트럼프의 이 행정명령이 IS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에선 미국이 무슬림들을 격분하게 할 것이라는 안와르 알 올라키의 최후 연설을 인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밝혔다.
CNN은 오바이다가 지적했듯이 이슬람 무장단체 지지자들은 이미 인터넷에서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환영하는 글들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테러단체 감시단체 SITE에 따르면 소셜미디어상의 대화창에서 여러 지하드 활동가들이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무슬림에 대한 미국의 증오심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텔레그램의 친 IS계정은 트럼프를 “이슬람의 최고 선전자”라고 칭찬하면서,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새 IS대원을 끌어들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 페이스북 계정도 “트럼프 대통령이 무슬림 이민자 입국을 금한다고 말했을 때 우리 마음 속에 떠오르는 1가지가 있다”며 알 올라키의 사진과 그의 발언을 공유했다.
다년간 IS 선전을 연구한 영국 킹스칼리지 산하 급진파 및 정치폭력 연구 센터의 수석 연구원 찰리 윈터는 CNN에 “무장단체들의 공식 보도자료에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언급된 사례를 아직 보지 못했으나,(트럼프 행정명령의 영향은) 무장단체들이 내놓는 그 어떤 동영상이나 선전활동보다 훨씬 강력하다”며 “트럼프는 IS가 모든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악마 십자군 캐리커처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미 IS가 발표한 최소 2편의 선전 동영상과 소말리아 테러단체 알-샤바브가 발표한 동영상 1편에 등장한 바 있다.
CNN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IS뿐 아니라 알카에다도 선전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의 중동 전문가 파와즈 게르게스 교수는 “트럼프가 무슬림을 급진적 이슬람주의자로 싸잡아서 입국을 금지하면 알카에다와 IS에 탄약과 동기를 부여하는 셈”이라며 “10억이 넘는 무슬림과 IS를 결집시키는 이 조치는 IS 격퇴에 어리석고 비생산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가 IS에 이데올로기적 영감을 주고 전 세계 이슬람 지역에 퍼진 반미감정의 심화에 공헌했다”며 “이 정책은 쉽게 이슬람교도에 대한 금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분이 IS를 격퇴하겠다고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이슬람 대 서방의 대결구도로 설명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CNN도 9.11 테러 후 부시 행정부과 오바마 행정부는 대테러전과 이슬람과 전쟁과 엮이지 않도록 신중하게 정책을 펼쳤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급진적 이슬람 테러단체들과의 투쟁을 자신들의 정책 핵심에 둔 점을 지적했다.
클린트 와츠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대테러 특수요원은 트럼프의 이슬람 테러주의에 대한 강경 발언으로 미국 정부는 IS 등 테러단체와 싸움에서 이슬람권 국가들과 협력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CNN에 “(트럼프의 강경 발언) 고립 정책의 의미만은 아니다”라며 “이스라엘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고문 수사 기법 부활 등 모두 트럼프의 강경 발언을 부연 설명하고 있다”며 “이에 IS 모집이 증가할 뿐 아니라 전 세계 동맹국들과의 대테러전도 더 힘들어 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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